바이든 "주독미군 철수 중단"..트럼프 대외정책 본격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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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시했던 독일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서 감축 지시가 실제로 내려진 적은 없고,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주한미군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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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이 전세계 미군 태세 다시 검토"
예멘서 전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원 중단
"러시아에 나가떨어지는 시절 끝났어"
"중국, 가장 심각한 경쟁자"..북한 언급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시했던 독일 주둔 미군 철수를 중단시키겠다고 하는 등 새 정부의 대외정책 청사진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첫 부처 방문으로 국무부를 찾아가 한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며 유럽, 중동,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전역에 걸친 대외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트럼프 시절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파기하고 미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복원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한 뒤 대외정책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국내 통합’에 집중하고 대외정책에 관해서는 “동맹을 회복하고 세계와 다시 한번 관여할 것”이라는 정도만 간략히 언급했다. 이날 국무부 연설에서는 ‘동맹 회복’과 ‘세계 관여’의 내용을 좀더 구체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세계 미군의 태세에 대한 검토를 이끌 것”이라며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독일로부터 어떤 병력의 철수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시절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지렛대 삼아 동맹을 금전 거래의 대상으로 취급한 대표적 정책을 뒤집겠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적다며 “채무 불이행”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고, 지난해 7월 당시 3만6000명이던 주독미군을 2만4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5600명은 유럽의 벨기에, 이탈리아로 재배치하고 6400명은 미국으로 복귀시키는 계획이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주독미군 감축 계획을 독일에 미리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발표해 독일 등 유럽 우방들의 반발을 샀다. 주독미군 감축 중단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인 ‘동맹 회복’을 실천하는 가시적 조처로 볼 수 있다.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서 감축 지시가 실제로 내려진 적은 없고,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주한미군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시절에는 방위비분담 협상과 연동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동맹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바이든 정부에서 당장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줄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미군의 전세계 태세 검토 결과에 따라 장기적으로 주한미군도 영향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국무부 연설에서, 예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물류와 군사 지원도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 또한 트럼프 정부의 방침 뒤집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명령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도 보류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의 난민 프로그램을 복원하기 위해 난민 수용 한도를 연간 12만5000명으로 상향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난민 수용 한도를 연간 1만5000명으로 줄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선거 개입, 사이버 공격, 독살 등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 앞에 미국이 나가떨어지는 시절은 끝났다는 점을 분명히했다”며 트럼프 시절의 대러시아 저자세 외교에서 탈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구속에 대해서도 “우리와 국제 사회에 깊은 우려 사항”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고 부르며 인권, 지적재산권, 국제 지배구조 등에 대한 중국의 공격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미국의 이익에 맞으면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 회복도 강조하면서 “부처들이 성소수자(LGBTQI)에 관한 리더십을 국제적으로 재활성화하도록 하는 대통령 각서를 공표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연설에서 “내가 오늘 세계에 들려주고픈 메시지는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우리 대외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을 재건하고 세계와 다시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외교로 주도한다는 말은 동맹, 핵심 파트너들과 다시 한번 어깨를 맞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로 주도한다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맞고 미국인의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곳에서 우리의 적과 경쟁자들에게 외교적으로 관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 직원들인 외교관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의 전문성을 소중히 여기고 여러분을 존중하며, 당신들의 뒤를 받쳐줄 것”이라며 “이 정부는 당신들을 겨누거나 정치화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일할 수 있게 권한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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