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유행, 지역의 역량으로 승화해야

2021. 2. 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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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경험'이 '역량'으로 전환되려면

[양호민 서울대 지리학과 연구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 일 년이 되어감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감염증 초기 확산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고 관리해왔다. 그러나 아직 매일 수백 명대의 감염자가 발생하며 전국적으로 2단계 이상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여전히 시행되는 등 안전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구분

지난 일 년을 코로나19 유행 양상에 따라 몇 개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작년 말 코로나19 최초 유입 및 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총 다섯 개의 시기로 구분하였다.

▲ 2020년 시기별 국내 코로나 19 발생 양상 - 질병관리청 2020년 12월 31일 보도참고자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 (정례브리핑)" ⓒ질병관리청

제1기는 초기 해외 유입에 의한 감염증 확산기로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적고 확진자도 소규모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엄격하고 집중적인 관리가 이루어졌다. 제2기는 특정 종교모임에 의한 감염자 다수 발생, 제3기는 소규모 집단 감염 발생, 제4기는 중규모 집단 감염 발생으로 구별되는 특징이 있지만 일종의 이벤트와 같은 계기를 통해 집단 감염이 나타나는 형태를 보였다.

이후 제5기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시기로 흔히 3차 유행이라 부르고 있으며 이전과 같은 집단 감염도 발생하지만 직장 및 가족 간 감염 등 일상 속 감염이 다수 발생하는 상태이다. 이는 본격적인 지역사회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과가 훌륭했다고 할 수 있는 성과지표로 확진 증가세 통제를 통한 누적 및 일일 확진자 숫자가 대표적이지만, 지리적으로 보면 감염증 확산이 지역사회 유행 시기로 전환되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켰다는 점에 있다. 한국은 전 지역사회에 감염증이 유행하지 않도록 약 10개월의 기간을 버텨온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전국 유행의 시기에 진입한 채로 연초를 보내야 하는 만큼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 방역 수칙 준수가 더욱 중요해졌다. 전국에서 감염증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타지역으로의 의료자원 지원이 어려워져 지역사회의 대응능력도 한층 강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백신과 4차 유행, 그리고 지역 역량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절차에 들어가고 백신의 배포 및 예방접종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유행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감 누적 및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4차 유행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대략 3월에서 4월 초로 예측하고 있으며 감염자 규모는 일일 수천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기는 백신 접종 계획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므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이전이며 따라서 예방접종을 통한 감염증 확산 저지는 불가능하다. 즉 코로나19 사태 이래로 지역사회의 대응역량이 가장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방역과 함께 예방접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현재의 보건위기 대응은 크게 보면 중앙정부의 지침이 선행되면 지역별 상황이 상이하므로 이에 맞추어 실행과정에서 지침을 변형하여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의 협력이 포함되고 지역 수준에서 민관의 거버넌스가 형성된다.

대표적으로 감염증 유행 초기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운영되며 초기 방역에 크게 기여한 공적 마스크 공급 제도의 경우 기존의 관리 시스템 변형을 통해 약국이라는 민간 기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공공보건기관보다 지역사회에 밀착해있는 약국은 기존의 의약품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여 전국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후 마스크 수급이 안정되며 해당 제도는 종료되었으나 현재는 지역별 감염자 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공공보건기관 및 지정병원으로 이를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민간 요양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무증상 및 경증 감염자에게 배정되는 생활치료센터의 확대 역시 민간부문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즉 여전히 지역의 민간부문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백신의 배포 및 예방접종은 국내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배포와 접종은 여타의 병리 증상 및 질환과는 달리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고 상대적으로 일원화된 전달체계를 이용해 실행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의료전달체계 활용과는 다르다.

중앙부처가 선행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실제 예방접종 및 관리는 권역별로 이루어지며 다른 백신보다 예방접종의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지역의 역량이 중요하다.

여기서 민간 요양기관과 의료인력의 지원이 절실한데 지역별로 민간부문의 참여를 이끌고 상향식 수정 과정을 통해 각 지역에 적합하게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 최종이용자인 시민들의 백신 접종 의사, 접종 이후의 이상현상 관찰, 접종 후 감염증 확산 관리 등에는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의 여론과 분위기도 중요하다.

경험을 역량으로

현재의 감염증 유행이 종료된 후에 이러한 위기 극복 경험은 한국 사회에 매우 귀중한 경험이자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상황이 열악한 지역에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감염증 유행의 극복 경험과 지역의 성공 사례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분석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보건위기는 개인과 집단, 사회 모두의 대응을 요구하므로 이러한 위기 극복 경험은 각 지역사회가 자신의 지역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잠재되어있던 역량을 실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지역사회의 규모가 작을수록 지역의 성공을 도모하는 데에 주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하향식 지침 조달이 선행되었지만 실제 실행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상향식 피드백이 이루어졌고 대응방침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있다. 지역별 변주의 노하우는 사적 혹은 공적 연계를 통해 지역 간에 공유되기도 한다.

한편 재택근무 전환을 장려하고 비등교 학습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가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격차를 완화시키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는 각 지역의 신기술의 수용 및 활용 능력, 스마트화 가능성 제고를 위해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분석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보건위기 대응 경험 과정에서 인식하게 된 요소들을 타분야와 연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우리 사회에는 감염증 유행에 대처해온 일 년의 경험이 남았다. 작년 초에 비하면 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대응이 익숙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이러스 변이, 예고된 대유행, 집단면역 형성 과정의 순조성, 세계적 유행세 등 앞으로도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팬데믹 종식을 언급하긴 이르지만 우리 사회가 겪는 이 위기를 추후 단순히 위협적이었던 시기로 여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위기 극복 경험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을 점검하고 잠재력을 끌어내어야 할 것이다.

※ 필자 소개 : 양호민 박사는 현재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4단계 두뇌한국21 4-Plus 미래국토공간 혁신 교육연구단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주로 국내의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지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양호민 서울대 지리학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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