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식목에 대항한 농부들

위민복 2021. 2. 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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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국토는 39%가 숲이다.

포르투갈은 유칼립투스 식생이 유럽 1위, 세계 5위인 국가다.

포르투갈이 유칼립투스를 본격적으로 수입했던 때는 포르투갈 제2공화국 시기(1933~1974)다.

마셜플랜을 통한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포르투갈은 유칼립투스를 더 많이 수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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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VERDE_Cultural Facebook 갈무리1989년 3월31일 포르투갈 발파수스 지역 주민이 유칼립투스 묘목을 뽑고 있다.

포르투갈 국토는 39%가 숲이다. 이 숲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나무는 토종 소나무 (pinheiro-bravo)다. 뜻밖에도 2등은 ‘코알라의 주식’으로 알려져 있는 유칼립투스다. 포르투갈은 유칼립투스 식생이 유럽 1위, 세계 5위인 국가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인 이 나무가 포르투갈에 이렇게 많이 들어온 데에는 사연이 있다.

포르투갈이 유칼립투스를 본격적으로 수입했던 때는 포르투갈 제2공화국 시기(1933~1974)다. 더 잘 알려진 용어로는 안토니우 살라자르(1889~1970)의 독재 치하다. 유칼립투스 수입의 일차 목적은 녹화사업이었다. 그런데 경제학자 출신인 살라자르는 유칼립투스를 원자재로 제지 산업을 추진하기로 한다. 마셜플랜을 통한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포르투갈은 유칼립투스를 더 많이 수입하게 되었다.

유칼립투스를 뽑아버리기로 한 결정, 결국 옳았다

살라자르 사후 카네이션 혁명(1974)이 일어나 민정 시대가 되자 포르투갈은 식민지를 포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식민지에서 오는 막대한 자원을 상실하게 되면서 이전 정부 때 밀어붙인 제지 산업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 정부는 제지 업계를 하나의 공기업(포르투셀, Portucel)으로 통폐합했고, 유칼립투스 수입을 대폭 늘린다. 이 정책은 세계은행과 유럽경제공동체로부터도 지지와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포르투셀은 단순히 제지 산업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국토 내 임업 전반을 관장하는 기관이 되었다. 숲을 관리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여러 지자체가 삼림 관리를 포르투셀에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포르투셀은 제지 산업 발전을 위해 수익이 높은 유칼립투스로 품종을 단일화했다. 그 결과 1990년이 되자 전 국토의 35%가 유칼립투스로 뒤덮이고 만다.

유칼립투스 식목에 대항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포르투갈 북쪽의 발파수스 (Valpaços)라는 지역이다. 올리브를 주로 키우던 발파수스 농부들은 유칼립투스가 다른 식물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유칼립투스는 지하의 수분을 빨아들이고, 무엇보다 화재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1989년 3월31일 부활절을 앞두고 과격파 농민 십수 명은 미리부터 야금야금 유칼립투스 묘목을 없앴다. 그들은 가가호호 방문해 마을 주민들을 시위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3월31일 부활절 미사 후, 발파수스와 주변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계곡에 모여 200헥타르에 달하는 숲의 유칼립투스를 뽑아버리기로 결정한다. 제지 회사 포르투셀이 심은 묘목들이었다. 시위 결과 1시간 만에 180헥타르의 유칼립투스 묘목이 뽑혔다. 경찰 200여 명이 출동해 마을 시위대를 막으려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말을 탄 경찰들은 돌을 맞았다. 심지어 농민들은 남은 20헥타르의 삼림을 공격하지 않는 조건으로 체포된 농민들의 석방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발파수스 농민들의 우려는 근거 없는 게 아니었다. 유칼립투스로 뒤덮인 포르투갈은 실제로 지속적인 화재로 몸살을 앓는다. 유칼립투스 나무로 울창한 중부 삼림지대는 2010년대에도 큰불이 여러 차례 났다. 결국 유칼립투스 식생을 억제하고 토종 소나무 심기를 촉진하는 법이 제정되었고, 2017년에는 유칼립투스 조림지 설립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됐다. 발파수스의 농민들이 옳았던 것이다.

위민복 (외교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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