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은 '무연고 사망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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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언론 〈비마이너〉 홈페이지(beminor.com) 오른쪽 하단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訃告)란이 있다.
"조○○님(남)은 1961년생으로 서울시 강북구에 사시다 지난 2020년 12월19일 서울시 성북구의 한 병원에서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연조직 육종입니다." "이○○님(남)은 1966년생으로 서울시 중랑구에 사시다 지난 2020년 12월15일 거주하시던 곳에서 사망하신 채 발견되셨습니다. 사인은 미상입니다." 이들은 연고자를 찾지 못하거나, 유족이 있더라도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장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 '무연고 사망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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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언론 〈비마이너〉 홈페이지(beminor.com) 오른쪽 하단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訃告)란이 있다. 보통의 부고는 유명한 사람의 약력을 소개하지만, 이 부고는 좀 다르다. “조○○님(남)은 1961년생으로 서울시 강북구에 사시다 지난 2020년 12월19일 서울시 성북구의 한 병원에서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연조직 육종입니다.” “이○○님(남)은 1966년생으로 서울시 중랑구에 사시다 지난 2020년 12월15일 거주하시던 곳에서 사망하신 채 발견되셨습니다. 사인은 미상입니다.” 이들은 연고자를 찾지 못하거나, 유족이 있더라도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장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 ‘무연고 사망자’들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기준 2536명에 달한다.
무연고자의 시신은 지방정부가 관리하는데, 예전에는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보냈다. 2008년 전남 신안군을 시작으로, 무연고자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공공이 지원하는 ‘공영장례’ 제도를 일부 지방정부가 도입했다. 서울시는 2018년 5월부터 공영장례 사업 ‘그리다’를 시행 중이다. 2011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기초생활수급자, 2015년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해온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은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영장례 지원 상담센터(1668-3412)를 운영하며 장례를 돕고 있다. 민간기업에 다니다 외환위기 때 해고된 뒤 국제앰네스티 등에서 일했고, 2013년부터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로 있는 박진옥씨(49)는 “실직·질병·산재·노후의 위험은 4대 보험이 책임지는데 죽음만은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져 있다. 장례 비용은 개인에겐 큰 부담이지만 지방정부에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권리가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더는 가족이 모든 걸 책임질 수 없는 지금, 죽음에 공공이 어떻게 개입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시군구 중 절반만 공영장례 조례를 두고 있다. 조례만 있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에 있는 유족이 코로나19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해 무연고 사망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일감이 끊긴 유족이 장례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박씨는 “코로나19가 (유족이나 고인의) 재정적 어려움을 심화시켰으리라 추정된다. 무연고 사망과 빈곤은 떼려야 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화재로 숨진 여성의, 성이 다른 세 아이가 엄마의 장례를 위임한 적이 있다. 젊은 무연고 사망자를 화장하고 나니 미처 수습하지 못한 10원, 100원짜리 동전 뭉치가 녹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면 버겁기도 하지만, 공영장례는 고인과 고인의 유족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기에 힘들지만은 않다.” 박씨는 1월19일 연고자 세 명 모두 주민등록이 말소돼 연락이 닿지 않는 55세 이 아무개씨와, 누나와 아들이 시신을 위임한 60세 조 아무개씨의 장례를 치렀다. 박씨와 취재진, 상조회사 직원이 절을 올렸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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