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이제는 '스시' 아니라 'Gimbap'이죠.. 유럽에 부는 한식 바람

2021. 2.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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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건강·면역 수요 높아지며 인기..독일에서 한국 식품 판매량 일본 추월

[글로벌 현장]



시장점유율 20.3%를 자랑하는 독일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 에데카(Edeka)에서 지난 1월 아시아 음식 특별전을 열었다. 라면과 간장 등 이미 인기가 많은 한국 식품은 독일의 일반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게 된 지 한참 됐지만 이번 특별전에서 전국 각지로 뿌려지는 홍보물에는 삼립식품의 빵가루가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소개됐다. 

치킨을 필두로 한국의 튀김 요리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빵가루가 치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재료는 아니지만 한국 음식의 이미지에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튀김 요리의 인기와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독일 최대의 슈퍼 체인까지 진출한 것이다. 독일에서 아시아 음식은 ‘맛이 좋고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 받고 있다. 에데카에서는 라면·컵라면·김·간장·된장·고추장·쌈장뿐만 아니라 생우동·만두·알로에 음료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에는 한국 여행 경험이 있거나 한국 친구에 의해 알음알음 소개되던 한국 음식이 유튜브 등의 다양한 매체를 타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인플루언서들의 챌린지 영상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달고나 커피’가 소개되고 에데카에서도 시장에 반응해 바로 마케팅을 펼쳤다.

한국 브랜드의 커피가 아닌 독일의 일반 인스턴트커피 가루 매대 앞에 달고나(Dalgona)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홍보물을 부착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치고 무료한 일상을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도전해 보라는 마케팅 방식을 신속하게 펼친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한국 식품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트렌드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시작된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는 독일의 청소년들이 사랑하는 도전 중 하나다. 불닭볶음면을 먹고 한국의 알로에 주스를 마시는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의 빠른 성장도 한몫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작년 드라마 시청률 순위 중 20위권 안에 들었고 ‘스위트 홈’, ‘사랑의 불시착’, ‘킹덤’, ‘이태원 클라쓰’ 등의 드라마가 100위권 안에 들면서 한국의 문화와 식생활 등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문화 트렌드와 함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집밥을 많이 먹게 되면서 새로운 레시피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한국 식품 시장의 성장에 이바지했다. 에데카는 홈페이지와 매장 내 레시피 전단지를 통해 불고기·김치·비빔밥 등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밥을 스시가 아닌 ‘Gimbap’으로, 만두를 교자나 덤플링이 아닌 ‘Mandu’로 소개하는 등 한국식 표기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의 ‘쌈(Ssam) 문화’를 소개하며 음식과 연관된 식생활 문화 등에 대한 소개도 함께했다. 에데카에 이어 독일에서 둘째로 큰 슈퍼마켓 체인인 레베(Rewe)도 이러한 한식 열풍에 동참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김치에서 비빔밥까지’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음식 문화를 소개했고 잡채 등의 전통적인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김치맥앤치즈’ 등 한식과 서양식 퓨전 요리법도 소개했다. 유럽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쉽게 한국식 재료를 구할 수 있다. 

독일의 한국 식품 판매량, 매년 20% 이상 증가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이 지난해 독일의 최대 아시아 식품 수입상인 크라이엔호프&클루게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독일에서 한국 식품 판매량은 최근 매년 20% 이상 증가하며 아시아 식품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또 라면, 알로에 음료, 갈비 양념 소스, 튀김 가루, 빵가루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지금 독일과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좋은 기회이고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선 맞춤형 상품과 포장, 스토리 마케팅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식품 산업에서 세계 최대의 수출 시장이자 수입 시장이다. 또한 EU 제조업 중 가장 높은 매출 비율을 차지하는 중요 산업이다. 한국 농수산식품 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대한민국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89억 달러(약 9조9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이동 제한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던 신선 식품과 수산 식품 분야도 각각 12억7000만 달러(+2.7%+), 20억8000만 달러(+8.4%)로 증가했다.

신선 식품 분야에서는 김치의 수출액이 36.5%, 인삼류가 7.8%로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식품 분야에서도 면역력 강화와 건강에 중점을 두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그뿐만 아니라 라면·과자·소스 등 장기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도 7.8%나 차지했다. EU는 전체 농수산 식품 수출액 중 5.7%를 차지하며 전년도 동기 대비 0.1%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농수산 식품의 수출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는 다른 아시아 식품과 비교해 고품질인 것은 물론 발효 등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한국 식품 입점 유통 업체 확대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EU 식품 트렌드, 발효·유기농·비건·무첨가

영국의 토양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유기농 시장은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해 전년 대비(2020년 10월 기준) 9.5%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유기농 시장도 전년 대비 12% 성장(2019년 기준)했다.

특히 프랑스는 유기농 식품의 자체 브랜드 보급 확대로 유기농 제품이 일반 수준으로 가격이 인하된 것이 지속적인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독일의 유기농 식품 시장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2020년 119억7000만 유로(16조14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약 2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이처럼 ‘유기농’은 유럽의 식품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영 컨설팅 회사 액센처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소비자의 60% 정도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적이며 윤리적인 소비를 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90%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이러한 소비 습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식은 비건 열풍에도 한몫했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유럽 최초의 비건 식품 전문 유통 업체 비건즈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독일의 비건 인구는 2016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해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는데 덴마크에서는 2.7%, 스위스 2.6%, 오스트리아 1.6%의 인구가 비건이다. 

건강과 면역력 강화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발효 식품에 대한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콤부차와 케피어 등의 발효 음료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북유럽식 채소 절임, 독일식 양배추 절임(사우어크라우트) 등 전통적인 발효 식품이 익숙하다.

특히 최근 프랑스 연구팀이 발효된 배추가 코로나19 천연 억제제로 작용한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는 미소(일본식 된장)가 아닌 ‘된장’이 한국 발효 식품의 대표 주자로 소개되고 있고 김치도 역대 최고의 수출량을 기록했다. 

단순히 한국의 건강식품으로서가 아니라 유기농·비건·무첨가 재료를 사용한 고급 식품으로 김치가 유통되는 현상도 목격된다. 유럽의 소규모 고급 식료품점에서는 폴란드·이탈리아·포르투갈·그리스 등의 식품을 지역 특산품, 고급 식재료, 전통 음식, 에스닉 푸드, 슬로푸드로 스토리텔링해 판매하고 있다. 주로 캐비어·트러플·푸아그라·와규·굴·치즈 등의 고급 식재료와 고품질의 향신료·양념·식재료 그리고 세계 각국의 특산물이 주요 품목인데 최근에는 윤리적 식품, 유기농 식품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며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고급 식품점에서 유기농 배추를 사용하고 젓갈을 넣지 않아 비건으로 만들어진 김치는 고급 식품 중 하나로 소개된다. 이 밖에 여러 온라인 고급 식료품 전문 사이트에도 팽이버섯·흑마늘·인삼·버섯·고추장·유자 등이 한국의 특색 있는 식재료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버섯은 고기의 대체재로서도 각광 받고 있고 기존에는 양송이버섯이 98%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점점 새송이버섯·표고버섯 등도 일반 슈퍼마켓에 소개되는 등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즉, 관련 업체에서는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재료들이 건강식, 고급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베를린(독일)=이은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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