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달라' '협력 늘리자'..TSMC 앞세운 대만 '반도체 외교'

이정훈 2021. 2. 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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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TSMC를 앞세운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숏티지) 국면에서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반도체 외교'에 나서고 있다.

이날 경제대화는 미국 측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미국 측은 대만 파운드리업체들에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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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경제부-美국무부와 오늘 '이례적' 고위급 경제대화
美 "차량용 반도체 더 달라" 호소..대만 "정부가 개입 못해"
왕 메이화 대만 경제장관 "美와 반도체 협력 확대 논의"
지난달 말 獨 경제장관 읍소 편지엔 "獨 백신 언제든 달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TSMC를 앞세운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숏티지) 국면에서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반도체 외교’에 나서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은 이날 TSMC와 미디어텍 고위 간부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미국 정부 측과 비공개 화상회의로 고위급 경제대화를 갖는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짓기로 한 반도체 공장 조감도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 주요 의제를 놓고 고위급 경제대화를 가지긴 했지만, 대만과 이 같은 자리를 가진 건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이날 미국 측에서는 맷 머레이 국무부 무역정책협상 부차관보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경제대화는 미국 측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미국 측은 대만 파운드리업체들에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외에도 독일과 일본 정부도 대만에 협조 요청을 하고 있는데다 TSMC 등 대만 업체들이 모든 생산라인을 100% 풀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공급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왕 장관 역시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민주 정부인 대만 정부가 개별 기업들의 생산과 공급에 직접 개입할 순 없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대만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미국과의 반도체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만들려는 생각이다. 왕 장관도 “오늘 미국과의 경제대화의 핵심 이슈는 차량용 반도체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차량용을 포함해 반도체분야에서의 미국과의 협력 확대와 양국 간 반도체 공급망 개선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반도체 숏티지를 지렛대로 삼는 대만 외교는 독일을 상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

지난달 말 페테르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왕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TSMC와의 협의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 문제를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TSMC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핵심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 중 하나다. 그는 “TSMC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TSMC가 반도체 공급량을 늘려주는 게 독일 자동차산업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동안 즉답을 피했던 대만은 최근 독일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는 대신에 대만이 원할 때 언제든지 독일 바이오업체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왕 장관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백신과 차량용 반도체를 맞바꾸자는 건 전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오늘 미국과의 경제대화에서도 (미국산) 백신 문제를 논의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대만과 미국은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뚜렷한 관계 개선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친(親) 대만 정책을 펴왔다. 조 바이든 신임 미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선언하면서도 중국의 군사력 확대나 반도체 굴기 등에 대항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 TSMC는 미국 요청을 받아들여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고 인텔 등 미국 반도체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원화 약 13조25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있고 올해 최대 280억달러(원화 약 31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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