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한 집값, 83만 가구 '충격요법' 통할까

유엄식 기자 2021. 2. 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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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4일 발표한 대도시권 공급 대책과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대규모 공급 신호를 줬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역세권 개발 계획에 대해선 새로운 공급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공공주도로 공급하겠다는 구조적 한계로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재건축 시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면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궁극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 또 현재 시장 불안의 주원인인 전세난를 해결할 수 있는 거래 활성화 대책이 빠진 점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세권 개발 물꼬 텄다...도심개발 방안 긍정적
이번 대책의 큰 축인 역세권 고밀 개발에 대해 도시개발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공공주도 패스트트랙을 도입해서 사업 속도를 높인 점은 역세권 고밀개발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용적률 상향과 기부채납 제한 등도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속적인 현장 실무진의 의견을 듣기 위한 민간실무 협의체를 만든 것도 실행력을 담보하려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향후 역세권 고밀개발이 더 탄력을 받기 위해선 서울시의 도시계획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지구 지정 1년 이내 토지주 2/3 동의로 사업을 확정토록 한 것은 사업에 물꼬를 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본다"며 "일단 1년 안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토지주나 디벨로퍼 입장에선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추가 제도 개선을 위해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보다 간소화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조권, 주차장 규제 등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은마아파트 / 사진=이재윤

재초환 면제에도 시큰둥..대규모 재건축 단지 "공공은 무조건 싫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들은 '공공 주도, 분양가상한제 유지'하는 이상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반응이다.

강남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소유자 단체인 은소협 관계자는 "재초환을 면제해줘도 공공재건축 안 한다"며 "결국 공공기관에서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다 가져가겠다는 것인데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그대로 유지하면 집값을 낮춰 팔 것이고, 조합원 이익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이 없는데 재초환을 폐지시키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서울 내 재건축 조합 관계자도 "재초환을 폐지하는 대신 공공이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A 대신 B를 뺏어가겠다는 셈"이라며 "결국 '공공'이 관여하는 순간 잃는 부분이 생기는 건 매한가지"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북권이나 일부 소규모 재건축 사업지에서 환영하는 곳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진 서초구 신반포19차 재건축 조합장은 "기존에 적용했던 공공재건축 혜택보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이 훨씬 전향적"이라며 "주위의 일반 아파트보다는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양도세 면제, 재초환 미적용 등은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서 주민들이 부동산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 = 이재윤 기자. / 사진제공=집값 얼마?

확실한 공급신호 줬지만 시장안정은 '글쎄'
83만 가구라는 역대급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로 보이지만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공공주도로 진행되고, 이번 정부가 보장할 수 없는 2025년까지의 목표라는 점은 현실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올해와 내년 입주 가능한 주택이 선호 지역에 확보되지 않는다면, 서울에만 100만호를 짓겠다는 계획도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대출, 세금규제 완화로 당장 거래가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 주택의 품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거 환경은 건폐율을 낮춰 주차장, 공원, 도로 용지를 확보해 쾌적한 환경이 갖춰진 곳인데 도심 고밀 재개발은 이런 유형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규제 일변도 정책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시장이 꼬인 것 대출 규제, 임대차법 등 규제 대책 때문"이라며 "이런 것들을 풀지 않고 공급 숫자만 제시하고, 아직도 민간이 아닌 공공 위주로 공급을 구상한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역대급 물량이 발표된 만큼 심리적 진정효과는 나타나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 근본적인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강남권, 마용성 등 인기 지역과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도록 그린벨트 해제, 한시적 양도세 중과 유예 등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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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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