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화이자 백신 연합군', 변이 코로나 잡는다
코로나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영국 연구진이 두 종류의 백신을 병용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1, 2차 접종에서 각각 다른 백신을 사용해 면역반응을 증대시키고, 백신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4일(현지 시각) “영국 옥스퍼드대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미국,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을 병용하는 방법을 임상시험한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방식 백신으로 면역력 증강
미국 얀센이 개발 중인 백신은 한 번만 접종하지만, 대부분의 코로나 백신은 두 번 접종한다. 첫 번째 백신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중심 역할을 하며, 두 번째 접종 백신은 면역반응을 증폭하고 면역 기억세포를 자극해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옥스퍼드대는 첫 번째 접종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으로 하고 두 번째는 미국 화이자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옥스퍼드대는 이날부터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옥스퍼드대는 820명을 대상으로, 4주 간격으로 두 번 백신을 접종하는 그룹과 12주 간격 접종 그룹으로 나눠 임상시험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백신의 효과를 직접 확인하지는 않는다. 백신이 코로나를 예방하는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대신 백신 접종자의 혈액을 뽑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와 T세포를 확인할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는 형태다. 백신을 주사하면 몸 안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이 합성되고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화이자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설계도인 유전물질 RNA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화이자의 RNA 백신은 강력한 항체 반응을 유발한다. 항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결합해 인체 감염을 차단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이는 세포독성 T세포를 더 많이 유도한다. 두 백신을 함께 쓰면 백신의 코로나 예방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실제로 옥스퍼드대는 지난달 29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동물실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병용하면 한 가지 백신만 접종했을 때보다 더 많은 세포독성 T세포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노바백스 연합군이 더 유리” 주장도
아스트라제네카가 다른 회사 백신과 손을 잡으려는 것은 백신 효과가 다른 회사 백신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노년층에는 효과가 떨어져 유럽 각국에서 65세 이상에게 접종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스위스는 아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연합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이다.
병용 방식은 각국 정부의 백신 공급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영국 공중보건국(HPE)은 국민보건서비스(NHS)에 “2회차 접종을 하러 시민이 왔는데 1회차 맞은 백신이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다른 회사의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옥스퍼드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병용 방식도 시험할 계획이다.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는 지난 2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린 논문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이 91.6%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러시아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마찬가지로 무해한 바이러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넣은 형태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네이처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을 병용하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제안했다. 스파이크 단백질 자체를 이용하는 노바백스 백신은 화이자의 RNA 백신과 유사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도 생산과 유통이 훨씬 간편하다고 남 교수는 밝혔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RNA 백신은 불안정한 유전물질로 만들어 제조가 까다롭지만, 노바백스 백신의 단백질은 세포 배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RNA 백신은 영하 20~70도에서 냉동보관하지만, 노바백스의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냉장보관이 가능하다.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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