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충북도 재난지원금] ①겉만 번지르르 속은 쥐꼬리
소외계층 직접 지원 고작 48억7000만원 '생색내기'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1년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삶의 사투가 벌어지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아우성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정부나 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이 한 가닥 희망이다. 하지만 충북도민은 그런 희망조차 언감생심이다. 충북도가 곳간을 여는데 지나치게 박한 탓이다. 2회 연속해서 짚어본다.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주고 안 주고를 떠나 이제는 볼일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가 욕심내는 것만 하려는 게 더 얄밉고 지금은 괜히 뽑았단 생각이 든다."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에 인색한 충북도가 설 명절을 앞두고 빗발치는 여론에 등 떠밀려 내키지 않는 지급을 결정했으나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기존 지원책을 끌어다가 수억원을 풀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지원은 '쥐꼬리' 수준에 그쳐 성난 민심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인 탓이다. 도백(道伯)을 향한 원성까지 터져 나온다.
5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지사는 지난 3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정부 3차 지원에서 제외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264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가 빗발치면서 그동안 자체 지급에 지나치게 박했던 모습에서 한발 물러서 굳게 잠갔던 곳간을 이제야 겨우 연 셈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지원은 버스업계, 관광사업, 어린이집, 문화예술인, 종교시설과 같은 직종과 시설로 국한했다. 그 금액은 고작 48억7000만원이다.
그마저도 충북도가 오롯이 자체 재원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48억7000만원 가운데 11개 시군이 60%를 부담하고 충북도는 고작 40%만 쓰겠다는 심산이다.
열악한 재정 여건을 내세워 지금껏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이던 충북도가 재정 상태가 더 나쁜 기초자치단체에 부담을 떠넘긴 꼴이다.
한 시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그래도 지원 자구책을 나름대로 마련하고 있는데, 충북도 방침으로 그것조차 없애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시군 관계자는 "우리한테는 불요불급 사업을 줄이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할 것 다 한다"며 "충북도가 그런 것만 줄여도 지금보다는 더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지원 48억7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소상공인 직업전환 교육·훈련 156억원, 서민·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 39억2000원, 신속항원 진단검사 확대 20억원 등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 대부분은 충북도가 첫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한참 전에 이미 시행에 들어간 것들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전체 264억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직업전환 교육·훈련(156억원)은 국비가 상당액 포함됐다. 정작 정책 수혜자인 소상공인조차 이 사업이 마뜩잖다.
폐업이나 장사를 포기하는 이들은 소수라 모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영업제한 조정이나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다른 지원책이나 방안 등을 먼저 고민한 뒤 폐업을 유도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십 년 또는 평생을 바쳐서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이제 와 다른 것을 하려고 교육받는 것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교육 뒤 충북도가 연계해 준다는 일자리 또한 탐탁지 않다.
한 상인은 "보수가 어느 정도 되고 좋은 일자리라면 얼른 가서 교육받겠다"며 "그런데 어디 가서 '박스 포장해라' '공사장 가라' 그러면 누가 내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3일 청주청년회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역병으로 이시종 지사의 정치철학과 복지실현 의지부재의 민낯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짚기도 했다.
충북도가 지금의 민심과 생계가 막막해 삶의 벼랑 끝에 선 서민의 고통을 헤아려 정책의 오류나 실책을 바로잡아 새로운 정책 수립에 얼마나 반영할지 지켜볼 일이다.
sedam_081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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