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1억 vs 확진자 1억, 인류 반격의 서막이 올랐다
■ 백신 접종 시작 한 달 반 만에 접종 건수 1억 건 돌파
한 달 반. 전 세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건수가 1억 건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수가 1억 명에 도달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류의 반격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접종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5천만 건이 접종되는데 한 달이 걸렸는데 추가 5천만 건이 접종되는 데는 보름도 채 안 걸렸습니다. 백신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는 지 여부가 더욱 중요해진 겁니다.
■ 백신 접종은 어느 나라가 먼저?
12월 초순 영국, 그리고 12월 중순 미국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현재 67개국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 중입니다. 2월 4일 기준으로 미국 3,500만 건, 영국 1,000만 건, 이스라엘 500만 건 이상의 접종이 이뤄졌습니다. 중국은 시노팜 백신의 부작용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벌써 2,500만 건의 접종을 마쳤습니다. 춘절(중국 설)까지 5,000만 명에 대해 2차 접종까지 마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서 봐야 할 100명당 접종률은 58.8명(인구대비 접종률 58.8%)에 달하는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 미국 코로나19 백신, 누가 맞았나?
미국의 접종 건수는 6주 만에 3,50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은 현재 백신을 하루 134만 회분씩 접종해 하루 단위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급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8.5%가 1번 이상 접종을, 2.1%가 2번을 다 맞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첼 왈렌스키 국장은 브리핑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19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접종 첫 달 1회 이상 접종을 한 1,300만 명의 인구통계학적인 특성도 공개했습니다. 접종자 전체의 63%는 여성이었고, 50세 이상이 55%, 인종/민족적으로는 비히스패닉계 백인이 60.4%를 차지했습니다. 이 결과는 미국이 '의료진'과 '장기요양 시설 거주자'를 접종 최우선 순위로 채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의료 종사자는 백인이 60%, 흑인은 16%, 히스패닉 13%, 아시아인 7%로 구성됐고, 의료산업 고용 인력 중 여성이 75%에 달했습니다.
■ 영국도 접종 인구 1천만 명 돌파
영국도 접종받은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인구 대비 15%를 갓 넘는 수준입니다. 영국 보건부는 2월 3일 기준으로 1천2만여 명이 1회차 접종을 마쳤고, 그 중 49만 8천여 명이 2회차 백신까지 접종했다고 밝혔습니다. 1회차 접종을 마친 1천2만여 명은 영국에 사는 75세 이상 인구의 90%와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인구 전원입니다. 영국 정부는 2월 중순까지 코로나 19에 가장 취약한 1천5백만 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과 영국이지만, 접종자들의 부작용이나 감염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특히 아쉬워하는 지점입니다. 고령층에 효능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지난달부터 접종을 시작한 영국이 데이터를 공개해준다면 접종 후발 국가들에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이스라엘, 화이자 백신의 리트머스 시험지
'화이자' 백신에 대해선 리트머스 시험지를 자처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와이즈만 연구소 에란 시걸의 분석에 따르면, 백신 접종 시작 이후 3주 만에 60세 이상의 인구 집단에서 확진자가 41% 감소했고, 입원은 31%가 감소, 중환자 발생 수는 24% 감소하는 패턴이 관찰됐습니다. 방역 대책의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고령층에 대해 백신의 효능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백신 접종자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와 부작용 비율도 공개됐습니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60세 이상 74만여 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531명으로, 0.07%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중증 환자는 38명, 사망자도 3명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백신의 부작용 발생률은 0.3% 미만으로 조사됐습니다.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276만여 명 중 6천5백여 건의 부작용이 보고돼 발생률은 0.24%였고, 2차 접종자 137만여 명 중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은 3천592명으로 0.26%를 기록했습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코로나19 백신이 유발하는 부작용 빈도와 성격은 다른 백신과 유사하다"면서 "통상 2차 접종 후 부작용으로 안 좋은 느낌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학적 불만으로까지 발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나라 백신 접종, 중요한 건 '사회적 신뢰'
식약처가 코백스 초도물량인 화이자 백신 6만 명분(11만7천 도스)에 대한 특례수입을 승인하면서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이 열흘 안팎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상반기 중엔 코백스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30만 명분(259만6천800도스)도 들어옵니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국민들이 1차 예방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대책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대규모 백신 접종이 진행된 국가들에서 신규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층 효능 논란'입니다.
전문가들은 두 논란 모두 '과학'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기존 백신의 효능이 일부 떨어지는 실험 결과들이 나왔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항체가 생성되는 점과 '부스터 샷'이라고 불리는 추가접종 백신이 생산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상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들어 유럽국가들이 잇따라 고령층에 대한 접종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지만, 영국 등 앞서 백신을 접종한 국가들의 추적 데이터가 공개된다면 금세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집단 면역 성공의 조건으로 과학적 합리성과 정부 방역 대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꼽습니다. 지난해 독감 백신 사태를 돌이켜봤을 때,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사건 하나하나마다 자극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이를 믿는 국민들이 접종을 거부하게 된다면 집단 면역 달성이 물거품이 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정부 역시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고령층'을 접종 우선순위로 채택하고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우선 도입해서 접종하는 부분에 대해 국민들을 명확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밝힌 영국 등의 접종 국가의 데이터가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과학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만이 백신 접종과 집단 면역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참고자료]
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 접종 첫달 인구통계학적 분석 보도자료
https://www.cdc.gov/mmwr/volumes/70/wr/mm7005e1.htm?s_cid=mm7005e1_x
2. 영국 정부 - 천만 명 1회 차 접종 보도자료
https://www.gov.uk/government/news/more-than-10-million-people-receive-first-dose-of-covid-19-vaccine-in-uk
3.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에란 시걸 트위터
https://twitter.com/segal_eran/
4. 블룸버그 - 코로나19백신 추적기
https://www.bloomberg.com/graphics/covid-vaccine-tracker-global-distribution/?srnd=coronavirus
5. 아우어월드인데이터 - 코로나19 발생 현황
https://ourworldindata.org/covid-cases?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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