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빠진 서울 32만 공급 대책.."정권말 추진 동력 약화 우려"

역대급 공급 대책에도 지역 빠져 '반쪽짜리' 지적 나와
"실제 집행, 차기 정부 몫..주택공급 계획 원점 될 수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변: 집 모자란다는 네 말 맞아 나랑 개발하자 나: 어디에서?

변:그건 모르겠고 32만채 지어줄게 나랑 하자 나:어디에서?

변:그건 모르겠고 나랑 개발하면 이익 남겨줄게 나:어디에서?

정부가 2·4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내용 중 일부다. 서울 32만여가구 등 2025년까지 전국 8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중요한 지역에 대한 설명은 빠진 데에 따른 지적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내용은 굉장히 방대하고 새로운 것들이 있으나, 지역과 장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앞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5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2025년까지 전국 8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의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공개한 숫자는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 등 수도권 61만6000가구 전국 단위로는 83만6000가구에 달한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서울 공급량은) 분당 신도시의 3배, 강남 3구 아파트 수인 34만1000가구와 비슷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까지 더하면 190만가구에 가까운 물량이다. 과거 노태우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200만가구 공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도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갑 KB부동산 부동산 전문위원은 "공급 총량 측면에선 시장에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반쪽짜리' 꼬리표가 따라 붙는 이유는 어디서, 즉 지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다. 도심 역세권, 준공업지역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것. 실제 어디서 얼마만큼 주택공급이 이뤄질지 모르는 단순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뉴스1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정책 추진 등 국정에 집중할 수 있는 마지막 1년이라는 의미다.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연말부터는 대선 모드로 전환, 주택공급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

공급 계획이 순차대로 이뤄져도 실제 집행은 차기 정부 몫이다. 지금까지 정권 교체 때마다 이전 정권과 차별화를 뒀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은 수포가 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누가 보더라도 짧게는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해 내놓은 것"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대책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전문가들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중장기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냐, 즉 (주택공급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며 "행정적으로 차질없이 추진해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대책으로 '패닉바잉' '영끌' 하는 30대의 매수 보류 또는 연기를 끌어내느냐가 집값 안정의 핵심"이라며 "역대급 공급량에 심리적 진정 효과는 있겠으나, 한계와 불확실성으로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