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장치도 연내 완공 어려워"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의 저에너지 가속장치(SCL3)마저도 올해 안에 완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해외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은 올해 안에 SCL3 빔 인출까지 끝낸다는 계획이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실현이 어렵다고 봤다.
5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해외 자문 내용을 보면 5명의 해외 자문위원 가운데 4명이 사업단의 타임 테이블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총괄위원장 조무현 포스텍 명예교수)은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핵물리국립연구소(INFN), 일본 고에너지가속연구소(KEK), 스웨덴 유럽파쇄중성자원(ESS)·웁살라대학교, 미국 에프립(FRIB) 등 해외 가속기 전문가들에게 라온 진행 상황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야마자키 요시 에프립 박사는 "준비 상태를 평가해달라고 하셨는데, 제 대답은 준비라는 말의 정의에 달려 있다"며 "미국 에프립이나 일본 J파크 가속기에서 준비의 의미는 빔 인출만 제외하고 모든 가속기 구성요소의 건설이 끝나 테스트가 가능한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빔 인출은 모든 점검이 끝나고 승인까지 난 뒤에야 이뤄지는 것이고, 단계별 평가가 끝나야 비로소 준비가 됐는지 여부를 말할 수 있다"며 "빔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가속기 부품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제 대답은 'No'라고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알베르토 파코 INFN 박사도 "장기적인 QWR 가속모듈 성능 실험에서는 '중대 문제 없음'으로 보고됐으나, 12시간 테스트에서 2개의 심각한 빔 손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론해보면 343개의 가속관에서 하루 1천372번의 오작동이 발생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가속기 이용자 시설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QWR은 저에너지 가속장치에 쓰이는 초전도 가속 모듈 타입으로, 다른 타입으로는 HWR 가속 모듈이 있다.
로저 루버 웁살라대 박사는 "29개의 HWR 가속 모듈의 조립이 남아있고, 이 가운데 28개는 6개월 안에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며 "기한 내에 맞추려면 대략 일주일에 한 개의 가속 모듈을 테스트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시 단 한 번의 우연이나 실패도 없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하다"며 "지금 선형 가속기의 모든 부품이 테스트는 물론 설치조차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빔 인출을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카코 에이지 KEK 박사 역시 "올해 6월까지 HWR·QWR 가속 모듈 설치를 끝내고, 10월에는 QWR 가속 모듈의 빔 인출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 스케줄이 진짜 합리적인 것이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가속기 구축사업 점검단은 지난 2일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는 구축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며 올해까지 저에너지 가속장치 구간만 끝내거나, 사업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예산을 1천444억원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올해 안에 저에너지 가속장치는 성능 시험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숙 전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연구위원은 "해외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를 보면 올해 말까지 저에너지 구간마저도 완료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해외 전문가로 실사단을 꾸려 이미 구축된 장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성능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온은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이온(heavy ion)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 핵물리·물성과학·의·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1조 5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2011년부터 시작된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지만, 세 차례 기본계획이 연장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jyoung@yna.co.kr
- ☞ "옛 연인 나체 협박"…아역배우 출신 국대 승마선수
- ☞ 엄마 아빠 사이에 자는 아이 '슬쩍'…간 큰 유괴범
- ☞ "위안부=매춘부"…하버드 교수 논문 따져보니
- ☞ '병역기피' 석현준, 4년전부터 해외 체류연장 시도
- ☞ 조선족이 혐오 표현?…中동포 향한 날선 반응 왜 나오나
- ☞ 1년 넘게 안 보이는 北 리설주…신변이상설
- ☞ '잠실세무서 칼부림' 뒤에는 개인적 원한 있었다
- ☞ 오정연, 마포구 카페 폐업 "애정으로 버텼지만…"
- ☞ 박은영 전 아나운서 엄마 됐다…어제 아들 출산
- ☞ 칼에 찔려 차 트렁크 갇힌 여성, 후미등 떼고 간신히…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李, '징역형 집유' 선고 이튿날 집회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