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짓, 또 뻘짓..오세훈은 'X맨'? [뉴스+]

허범구 2021. 2.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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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블루칩에서 패배의 아이콘으로
서울시장 출사표 무리수 평가..잇단 헛발질로 체면 구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한때 각광받는 블루칩이었다.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이념적 유연성과 ‘소통령’ 두 번의 경륜·중량감.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다 세련된 화술까지. 팬덤을 거느릴 정치적 자산과 인간적 매력이 넘쳤다. 일찌감치 잠룡 반열에 오는 이유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가 변곡점이 됐다.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20대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대표 선거, 2020년 21대 총선. 나가는 선거마다 말아먹어 ‘패배 전문’ 이미지를 키웠다. 좌절이 거듭되면 조급증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4월 서울시장 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명분도, 실리도 찾기 어려운 무리수로 평가된다.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헛발질이 잇달아 체면을 구기고 있다.

①민주당 대야 공세 먹잇감 된 吳, 당에도 누 끼쳐 

리얼미터가 4일 공개한 여론조사(YTN 의뢰, 1∼3일 전국 18세 이상 1511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7.1%로 한주 새 8.2%포인트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는 12.3%포인트 차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5%포인트 하락한 39.0%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4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에서 용산 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북한 원전건설과 관련된 여야 공방,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발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국민의힘이 북한 원전건설 이슈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이 당의 지지율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파일명 ‘v’ 표기가 ‘VIP(대통령 약어)’라고 오인한 탓이다. 그가 ‘버전’(version)의 약어를 ‘VIP’로 엉뚱하게 해석했다는 지적과 함께 ‘V3’, ‘V로그’ 등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오 전 시장을 대야 공세의 단골 메뉴로 활용했다. 조은주 청년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의 기본조차 모르는 가식적인 정치인의 민낯을 드러냈다”며 오 전 시장과 국민의힘을 한데 묶어 비난했다. 오 전 시장은 결국 “버전으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들을 많이 받았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월 4일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다. 정무적 오판이나 말실수가 이어지자 오 전 시장 참모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②지역구민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금기 사항도 경시    

정치인에게 지역구와 지역구민은 절대 갑이다. 지역구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금기라는 건 상식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오 전 시장처럼 지역구민에게 욕하는 정치인은 처음 봤다”며 “돌아가지 않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4·15 총선 광진을에 출마해 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한 이유를 설명하며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이 90% 이상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했다. 조선족이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적 여론을 자초한 셈이다. 한 표가 아쉬운데, 우수수 날려버렸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당내에서 나왔다. 고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양꼬치 거리에 다녀온 사진을 올려 오 전 시장 약을 올렸다.

오 전 시장은 20대 총선 때 종로 지역구 선배인 박진 의원과 감정싸움도 불사하며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였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출마했으나 정세균 총리에게 졌다. 그는 선거 후 낙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했다. 재출마를 위해선 당선 인사만큼 중요한 게 낙선 인사다. 당의 한 중진은 오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골목골목을 돌면서 주민과 만나 사의를 표하라”고 호통쳤다고 한다.

지난 2011년 8월 26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청에서 사퇴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국민의힘 선거전 ‘재방’으로 만든 주역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1년 보선에서 당선돼 장기집권한 데는 ‘오세훈 책임론’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 몸을 사리는 게 일반적인데 오 전 시장은 거꾸로 갔다. 그의 출마로 국민의힘 선거전은 10년 전 그때 그 인물로 완벽히 채워져 흥행 열기가 확 식었다. 올드해 '노잼'이 된 것이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서울시장 당선되면 대선 출마하냐’는 질문을 받고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 공약이 거의 다 5년 공약이죠. 한 번 더 신임해주신다면 5년 동안 열심히 해서 공약을 다 완수해야죠”라고 했다. 이번엔 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또 실패하면 대선으로 눈을 돌리는 건 아닐까. 오 전 시장의 앞날이 궁금하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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