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대한변협회장 "공수처는 신생아..너무 큰 기대 가지지 말아야"

이희진 2021. 2.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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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남정탁 기자
2년간 전국 3만명 변호사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을 맡으며 변호사업계를 진두지휘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56·사법연수원 30기)이 이번 달을 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재임기간동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둔 여야 신경전 등을 눈앞에서 목도하며 역대 회장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 그다. 2년간 명절 연휴와 출장을 제외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회관으로 출근했다는 이 회장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만났다.

―2년간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서울변호사회장을 2년 하고 바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됐다. 지난해를 제외한 3년간은 정말 설, 추석 당일 빼곤 모조리 출근했다. 일요일도 예외 없었다. 지난해엔 명절 연휴 3일씩만 쉬었다. 정말 ‘다신 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많은 분들이 수고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후회 없는 4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수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변협이 추천한 후보자가 공수처장이 됐다. 갓 설립된 공수처가 취지대로 운영되려면 어떤 게 필요한가.

“국민분들이 공수처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공수처는 큰 규모의 특검팀 1팀 정도 크기다. 전지전능한 기관이 될 수 없다. 신생아에게 달리기를 요구하면 안 되지 않나. 정치적 외압이나 흔들기 없이 고위공직자 부패범죄를 방지하고 수사할 수 있는 기구가 탄생했다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 일단은 믿고 맡기는 게 중요하다.”
―다른 수사기관 수사를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공수처의 이첩 요구권을 두고 우려가 많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도 이첩 요구권이 수사기관 간 상호 협력적 관계를 훼손한다고 봤는데, 공수처가 이첩 요구권을 어떻게 세부화해야 하나.

“아직 이첩 요구권이 행사되지 않아서 오남용될 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이첩 요구권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공수처 내부에 의한 통제, 국회에 의한 통제 등 다양한 통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내‧외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다른 수사기관보다 지나치게 권한이 강화된 기관’이라는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여당이 법관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는데, 어떻게 보나.

“사법부의 독립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관 탄핵 제도는 사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법관 탄핵은 법에도 규정돼있고, 실질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 제도 자체는 적절하다. 단, 시점이 문제다.”
―시점이 문제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아무리 의도가 순수해도 시점이 중요하다. 법을 적용할 때 보복처럼 보이거나 문제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면 안 된다. 지금은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탄핵이 이뤄진다는 점에 있어서는 되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탄핵하는 건 시점 상 적절하진 않다. 굳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까지 특정인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보나.

“헌법재판소는 해당 사안이 탄핵 사유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적격 문제가 있어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 1년간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심했다. 지켜보며 든 생각이나 소회가 있다면.

“두 분 다 신념과 열정이 넘치는 훌륭한 분인데, 접점이 잘 안 맞은 것 같다. 소통이 부족했던 거다. 박범계 장관은 검찰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본인도 말씀하셨듯이 검찰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검찰 수사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기대한다.”
―2년간 변협을 이끌며 가장 기억에 남는 뿌듯한 일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우선 공수처 출범 과정을 통해 변협이 다른 직역단체와 달리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인정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관을 구성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을 인식시켜드렸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미확정 판결문 공개, 피의자 조사 시 변호사 참여권 확대 등 변론권을 확대한 것도 큰 업적 중 하나다. 변론권 확대는 인권보장 확대와 같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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