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보다 희망이 컸던 '홍명보 울산'의 90분

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잡고 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에서 데뷔전을 치른 홍명보 감독의 출발은 패배의 아쉬움보다 새 시즌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결과였다. 울산 현대 제공

홍명보 감독의 울산 데뷔전은 ‘희망’과 ‘아쉬움’이 모두 있었다.

울산은 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티그레스 UANL(멕시코)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2020 2라운드에서 1대2로 역전패했다.

결과적으로 울산은 패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경기는 아니었다. 단순히 이기지 못했다는 아쉬운 결과를 제외한다면 울산은 오히려 새 시즌 K리그에서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최근 2시즌 연속 K리그1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울산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김도훈 감독과 결별했고, 다양한 해외리그 코칭 경험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듯 울산은 큰 폭의 선수단 변화도 겪었다. 울산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두 명의 공격수 주니오와 비욘 존슨이 떠났고, 수비수 박주호와 윤영선, 정동호, 미드필더 신진호 역시 이적했다. 젊은 공격수 박정인과 기대가 컸던 수비수 최준 등도 이적했다.

대신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루카스 힌터제어가 합류했고, K리그에서 검증된 젊은 공격자원 이동준과 김지현이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까지 ‘라이벌’ 전북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도 울산으로 이적했다. ‘초고교급 유망주’로 불렸던 강윤구도 울산으로 영입됐다.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선수가 합류한 울산은 비록 첫 경기였지만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울산 현대 제공

이들 외에도 많은 선수가 울산 유니폼을 벗었고, 또 새로 입은 만큼 사실상 울산이라는 이름만 같을 뿐 2020년의 울산과 2021년의 울산은 완전히 다른 팀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울산은 2020 AFC 챔피언스리그를 마치고 2020 FIFA 클럽월드컵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마친 뒤 대부분의 선수가 자가격리해야 했고,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선수단이 호흡할 시간은 3주 남짓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티그레스전의 쓰린 역전패는 아쉬움보다 더 큰 희망을 확인한 무대가 됐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시절부터 주로 활용했던 4-2-3-1 전술에 기존 울산 선수와 새롭게 합류한 선수를 고르게 활용했다.

김지현과 이동준, 신형민은 선발 출전했고, 힌터제어와 강윤구는 후반 교체 투입돼 울산 데뷔전을 치렀다. 이들과 함께 윤빛가람과 원두재, 김태환, 불투이스, 김기희, 조현우 등 기존 울산의 주전 선수들은 큰 이질감 없이 어울렸다.

그 결과 김기희가 선제골을 넣었고, 비록 아쉽게 윤빛가람의 그림같은 발리슛이 오프사이드가 지적됐지만 '북중미 챔피언' 티그레스를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아시아 대표로 나선 첫 경기에서 이기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시아 팬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준비한 기간에 비해서 우리 선수들은 오늘 충분히 100% 발휘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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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