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문에 거짓자백.. '낙동강변 살인' 31년 만에 무죄

'21년 억울한 옥살이' 2명 재심
법원 "가혹행위로 허위진술 타당"
文대통령 변호사시절 변호 '이목'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21년간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최인철씨(왼쪽)와 장동익씨가 4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고인들이 31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법원은 진범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곽병수)는 4일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최인철(60)씨와 장동익(63)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문을 받은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당시 같이 수감됐던 사람들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들의 주장이 상당히 진실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백 내용에 대한 검증 절차가 두 번에 걸쳐 진행되면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변동이 있는 점과 그에 따라 자백 내용도 변경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고문이나 가혹 행위에 의한 허위자백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가혹 행위를 받았다면 경찰에서 자백한 진술은 모두 허위자백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최씨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와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를 선고했고, 공범으로 기소됐던 장씨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와 장씨는 1990년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에서 발생한 여성 성폭행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했다. 당시 차량에서 데이트를 하던 남녀를 괴한들이 습격해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남성은 격투 끝에 도망친 사건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1년 뒤 부산 사하경찰서는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에게 돈을 뺏겼다’는 신고를 받고 최씨와 장씨를 붙잡았다. 당시 두 사람은 재판에서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이들을 변호했다.

이들은 결국 21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2017년 5월 재심을 신청해 지난해 1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났다.

최씨는 “무죄가 나올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막상 무죄선고를 받고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31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는 것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시 고문했던 경찰관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 그들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했으나 재판에서 끝까지 부인하는 모습을 보고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