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헌법위반' 쟁점.. 헌재, 탄핵 각하 처분 관측 우세
임, 28일 퇴임해 심리 시간 부족
실제 '파면'해도 실익 없다 판단
전례없는 심판.. 기각 가능성도
"'파면' 유추해석 실체 판단할 수도"
법조계 "국익 명목의 '조율 관행'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본회의 1시간20분 만에 가결 처리
무기명 투표에 이탈표 거의 없어
야당의 법사위 회부 시도도 무산
헌재 가는 탄핵안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왼쪽)과 박주민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를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정치인들 입김에 사법부 휘둘려”
노무현정부 때 대법원장 몫으로 임명된 김종대(73·〃 7기) 전 헌법재판관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헌재로 간다면) 각하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가 법원을 떠나게 되면 파면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각하 가능성이 높은데도 탄핵을 밀어붙이는 여당이나 대법원장에게 탄핵 관련 견해를 밝히라고 하는 야당이나 모두 정치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을 아끼면서도 “그동안 법원 내부에서 국익을 명목으로 이뤄진 ‘조율 관행’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 안팎 기류도 이와 비슷하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에서 무죄가 나온 사안인데도 일부 판사 출신 정치인들의 입김에 사법부가 크게 휘둘리는 인상”이라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법원이 흙탕물 싸움을 벌이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졸속탄핵 규탄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헌재가 각하가 아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 출신인 이명웅(62·〃 21기) 변호사는 “인력 등 문제로 2월 내 결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각하 가능성이 높지만 기각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 부장판사의 임기 만료를 헌법재판소법 53조 2항의 ‘파면’으로 유추해석해 실체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조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 심판청구를 기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만약 이번과 달리 임기 만료까지 3∼4달쯤 남았는데 증거나 증인이 많다는 등 여건 탓에 임기가 끝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며 “그럴 때마다 각하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파면 결정은 불가능하더라도 실체판단은 하도록 해당 조항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헌재법은 심판사건 접수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고 있다.
헌재 심판대에 이번 사건이 올라간다면 쟁점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헌재는 “탄핵이 인용되려면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산고법 임성근 부장판사를 겨눈 탄핵소추안은 4일 국회 본회의가 시작된 지 약 1시간20분 만에 가결 처리됐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서 “헌정 사상 첫 판사 탄핵소추, 사법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면서 “위헌적 행위로 탄핵소추의 필요성까지 제기된 법관을 두둔해 어떤 사법부를 만들려 하는지 야당에 되묻고 싶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 탄핵에 앞서 그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사실조사부터 할 것을 민주당에 요구하며 최후 방어전을 폈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운 거대 여당의 탄핵 강행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자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법관 탄핵 추진에 항의하기 위해 ‘엉터리탄핵 사법장악’, ‘졸속 탄핵’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코로나19 방역용 가림판에 붙인 채 임했다.
국민의힘은 우선 의사진행발언으로 탄핵안 처리를 지연시켰다. 국민의힘은 애초 탄핵할 사유가 없는 임 부장판사를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하려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첫 주자는 판사 출신 김기현 의원이었다. 그는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을 언급하며 “1년 전엔 탄핵 사유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됐다는 것이냐”면서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등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전 의원은 “국회법 130조3항은 탄핵소추 대상자의 성명, 직위, 탄핵소추 증거, 그 밖에 조사에 참고가 될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런데 (여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첨부된 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자료를 보면 1심 형사기록은 ‘문서송부 촉탁 예정’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탄핵 필요성을 판단할 근거도 없이 일단 처리부터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야당 요구는 전자 표결에 부쳐져 신속하게 부결됐다. 재석 278명 중 찬성 99명, 반대 178명, 기권 1명이었다. 박 의장은 곧장 탄핵안 심의를 이어가기 위해 탄핵안을 대표 발의한 판사 출신 민주당 이탄희 의원을 단상으로 불렀다.
이 의원은 임 부장판사의 1심 판결문 내용을 거론하며 “피소추자는 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 7조 직업공무원제도, 12조 적법절차원칙, 101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 103조 법관의 독립 및 형사소송법, 38조 재판의 불가변경력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개표를 참관한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박 의장이 투표 결과를 말하기도 전 소속 의원들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들어 올려 ‘OK’ 사인을 보냈다.
이창수·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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