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대목도 놓칠 판"⋯ 고속도로 휴게소 취식 금지에 입점 업주들 '한숨'
설 연휴를 앞두고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업체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한시적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내 실내취식이 금지돼 명절 대목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정부 방역방침에 따라 이번 설 연휴(2월 11일~2월 14일) 기간 전국 195개 고속도로 휴게소 내 실내취식을 제한하고, 포장 주문만 받기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를 마쳤다.
정부가 포장 주문만 허용한 것은 실내 취식 중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야 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서의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많은 인파가 몰려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고속도로 휴게소 점주들은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날도 공치게 생겼다"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전국 휴게소의 하루 평균 매출은 약 1930만원이지만, 설 연휴 중 한 개 휴게소(덕평, 행담도 등)에서만 하루 10억원이 넘는 매출이 나올 정도로 명절 특수는 휴게소 입점 업주들에게는 연중 최대 관심사다. 이 때문에 설날 대목 장사 피해에 대한 확실한 보상책 마련없이 일방적으로 손실을 떠안으라는 정부 방역 정책에 답답함을 느끼는 업주들이 많다.
특히 이번 설 연휴기간 중 이동하지 않고 집에 있기로 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고속도로 휴게소의 설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99명 가운데 72.5%인 725명이 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업주는 "지난 추석 때도 정부가 실내취식을 금지해 매출이 실내취식이 허용됐던 시절 평일보다도 줄었다"면서 "휴게소 편의점에 들러 빵이나 김밥, 커피 등을 사가는 손님은 있어도 우동이나 라면, 돈가스 같은 음식들을 포장해서 가는 손님들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음식점 주인은 "이번 설날에도 대목 장사를 놓쳤다고 본다"며 "인건비 부담도 있어 설 연휴 기간 중 절반은 문을 닫고 쉴까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휴게소 입점업주들은 임시 보상책 보다는 임대 수수료 인하와 같은 피부에 와닿는 확실한 보상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인 임대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휴게소마다 다르지만 보통 입점업체들은 매출의 30~60%를 임대 수수료로 내고 있다. 예로 5000원짜리 우동 한 그릇을 팔면 적게는 15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임대 수수료로 나간다. 휴게소 업계에 따르면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빼면 10% 안팎으로 마진(이익)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상혁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지난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30% 이상의 수수료를 내는 곳은 휴게소 입점업체(1371곳) 중 46%인 625곳에 달한다.
휴게소 입점업체 수수료를 낮추려면 전국 휴게소 운영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거나, 도로공사가 이를 유도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현재 전국 195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171곳이 도로공사가 민간 운영업체에 차임을 받고 빌려준 임대 휴게소다. 민간 운영업체들은 입점업체를 모집해 점포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아, 도로공사에 다시 임대료를 내고 있다.
한 휴게소 운영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도로공사에 계약된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입점업체들의 수수료를 낮추는게 쉽진 않다"며 "재정적 여력이 되는 도로공사가 먼저 임대료 인하에 나서야 입점업체 수수료도 내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한국도로공사의 휴게소 임대료 수익은 1953억원에 달한다. 2015년(1517억원)과 비교해도 29%나 늘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설 연휴 기간 사흘치에 대해서만 임대료 면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다른 보상 방침으로는 설 연휴 사흘간 필요한 방역 물품과 방역인력 운영에 대한 비용도 함께 부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설에는 지난 추석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내부 취식 금지에 따른 휴게소 입점 업체들의 피해를 줄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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