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급 물량 공급 내세웠지만.. 집값 잡힐지 '미지수'
4년 만에 '수요 억누르기' 실패 시인
개발 가능한 83만가구 합쳐 발표만
"아이디어 수준.. 실체없는 대책" 비판
토지 소유주와 협의 등 '산넘어 산'
文정부 수요 억제서 방향 틀어
예상치보다 많은 양 쏟아내
공급확대 시그널엔 높은 평가
이번 정책은 방향이 옳지만 한계가 있다. 계획에 포함된 물량 대부분이 관련 지방자치단체·토지 소유주 등과 협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지금의 ‘아이디어’ 수준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직접 시행사로 참여하는 공공개발 방식을 도입, 평균 13년 걸리던 사업을 5년 내에 사업을 완수한다는 계획은 주택공급 속도는 높일 수 있지만 ‘관제개발’, ‘사유재산침해’ 등의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2·4대책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 역세권 개발 사업, 신규 택지조성 등을 통해 전국에 83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에선 32만3000호가 공급된다. 도심지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구지정을 하고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이 핵심이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 등을 언급하며 금융과 세제, 공급 규제 등을 총망라해 시장을 옥죄었다. 부족한 주택 공급과 넘치는 수요를 인정하지 않고 시장을 투기판으로만 본 것이다. 이는 매매·전세가 동반 상승, 지역별·상품별 풍선효과 발생, 자산 격차 확대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최근 4년여간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전국 22.1%, 수도권 39.9%, 서울 68.3% 상승했다.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 걸쳐 조정대상지역이 생겼다.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관련 법 개정과 국회, 부처, 지자체 간 협의가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당정협의를 열고 올해 상반기 중 이번 주택 공급대책을 위한 모든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공공주택특별법,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 특례법,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 특별법 등을 손봐야 한다.
◆한발 늦은 대신 물량 공세로 승부
정부가 4일 발표한 공급대책의 공식명칭은 ‘공공주도 3080 플러스(+)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다. 3080 플러스는 서울 30만가구, 전국 80만가구를 훌쩍 넘는 획기적인 공급물량이 담겼다는 뜻이다.
앞서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급대책 127만2000가구에 이번 추가대책의 수도권 물량 61만6000가구를 합치면 모두 188만8000가구에 이른다. 과거 노태우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200만가구 공급계획과 맞먹는 수치다.
◆역세권 등 고밀개발에 공공주도 방식 도입
정부는 그간 서울 도심에 새로 주택을 공급할 부지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에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절박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이번 공급대책의 핵심은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서 공공기관이 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다. 이 방식으로 서울 11만7000가구를 포함해 모두 19만6000가구의 주택을 신규 공급한다. 관련법이 개정되면, 정부가 지구를 지정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땅을 확보해 개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법적 상한의 최대 14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도시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기부채납 비율은 당초 알려졌던 50%보다 훨씬 낮은 15% 수준으로 정해졌다.
지방자치단체·주민·세입자 등 각 구성원 간 입장차로 지연됐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라는 새로운 방식도 도입된다. 조합을 꾸릴 필요 없이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공공기관이 부지를 확보하고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 과거 평균 13년 걸리던 정비사업이 앞으로는 5년 내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만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도 모두 면제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확대 시그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세를 기대하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수치 자체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사업 참여를 전제로 계산한 것이어서 상당 부분 허수가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제시하며 화끈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많은 공급 물량에 비해서 정작 실효성이 떨어져서 언제, 얼마나 완성될지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토지 소유주가 수익성을 따져보고 사업을 결정하는 데까지는 변수가 많다는 설명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물량의 비중이 높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아직 공공주택의 품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짓는 주택은 저렴하고 실용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민간 건설사는 프리미엄 아파트 등 시장의 수요를 겨냥해 공간구조와 인테리어, 단지 조경 등에 공을 들이면서 젊은층의 선호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 발표에 따라 개발 기대감이 커져 서울 등 전국이 개발 호재 대상이 됐다”며 “이로 인해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나기천·이동수·박세준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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