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시대가 저물었다'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폐지 이후는?
양대 포털 실검 시대 사라졌다
네이버 "데이터랩으로 취지 이을 것"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다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정보로 돌려드리겠다’는 ‘급상승검색어’의 취지는 ‘데이터랩’을 통해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급상승검색어에 보여주신 큰 사랑과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급상승검색어 서비스 담당자)
네이버가 같은 시간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검색어를 시시각각 보여줬던 간판 서비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를 접기로 했다. 2005년 이용자가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서비스한지 16년 만이다.
네이버는 4일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와 모바일 네이버 홈의 '검색차트' 판을 오는 25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PC와 모바일에서 급상승 검색어가 사라지고 모바일 검색차트판에 있던 각종 순위 지표는 해당 서비스 화면에 배치된다. 급상승 뉴스토픽는 뉴스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다양한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소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난 2005년 도입한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한다”며 “취향에 맞춰 능동적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5월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일정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서대로 보여줬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입력하는 키워드가 곧 다른 이용자에게도 가치가 있는 정보라는 관점에서 설계된 서비스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PC나 모바일로 네이버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이도록 배치되어 있었던 만큼 지난 16년간 입소문 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터졌을 때 파괴력이 컸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정인아 미안해’라는 검색어가 순위에 오르는 등 여론의 방향을 조성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밝힌 급상승 검색어 폐지 이유는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기존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모바일이 국내에 상륙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검색어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검색어 종류의 수(UQC)'는 33.6배 증가했다”며 “이제 꼭 급상승 검색어가 아니더라도 이용자들 스스로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용자들이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하는 흐름이 늘어난 것과도 맞닿아 있다. SNS상에서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 MZ세대에게는 일부 급상승 검색어가 여론 왜곡·광고마케팅 수단이 됐다는 인식마저 커진 것도 한몫 했다.
실제로 네이버 실검에 신뢰성 논란이 따라붙은 건 평소에 잘 거론되지 않는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광고·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특정 입장을 반영하게끔 여론을 왜곡하는 ‘실검 조작’ 논란이 빚어지면서부터였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지난 2018년 실시간 검색에서 ‘실시간’이라는 단어를 빼고 모바일 홈을 개편하면서 홈화면에서 검색차트판으로 서비스를 옮기는 등 힘을 빼는 작업을 했다. 결정타는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놓고 팽팽히 대립한 사건이었다. 급상승 검색어가 '이용자 관심의 흐름 반영'이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정치 여론전으로 쓰였다는 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네이버는 그 해 11월 인공지능(AI) 랭킹 시스템 ‘리요(Rank It Yourself·RIYO)’를 적용해 이벤트·할인 등의 정보 노출 강도를 이용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끔 하고, 사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에 노출되는 키워드를 개인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열풍이 커진 지난 해에는 주식 종목 등이 급상승 검색어에 등장하는 등 특정 세력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결국 네이버는 서비스를 접기로 했다.
네이버는 앞으로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 도입 취지를 이어갈 방침이다. 데이터랩에서는 △검색어트렌드 △쇼핑인사이트 △지역통계 △댓글통계 등 뉴스와 검색 서비스에서 취합한 데이터에 기반한 부가 서비스가 제공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콘텐츠를 만들고 사업하는 이들이 데이터랩에서 정확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실검'의 폐해가 누적돼 온 것도 사실이지만 대중이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며 "조 전 장관 사건 등 정치적인 문제가 기업의 자율적인 실검 개선 가능성을 막아선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폐지는 카카오가 지난해 2월 다음앱에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 지 일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이로써 양대 포털에서는 실검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아직 네이트에서는 실검이 ‘실시간 이슈 키워드’ 서비스로 남아 있다. 유튜브에서도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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