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폴더블·롤러블폰에도.. 태블릿 "나 아직 안 죽었다"

팽동현 기자 2021. 2. 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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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진화한 폼팩터 Vs 가성비 태블릿 '진검승부'①] 코로나19 확산에 태블릿 수요 반등, 업무·학습용 시장 집중 공략

[편집자주]20세기 제작된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그렸던 21세기 생활상을 현재 우리 일상과 비교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수첩이나 칠판 대신 스크린에 화면을 띄우고 터치 방식으로 조작하는 기기의 모습도 그중 하나다. 전세계 산업분야 전반에 지각변동을 몰고 온 스마트폰의 존재감에 묻힌 감이 있지만 태블릿의 등장도 과거 꿈꿔왔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태블릿은 2010년대 들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때부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시작했다. 빠르게 앞서가는 스마트폰과 굳건히 자리 잡은 노트북 사이에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 동종 제품뿐 아니라 이종 제품 간 경쟁도 염두에 둬야 했다. 이제 스마트폰이 패블릿 시대를 거쳐 폴더블·롤러블 등 신규 폼팩터를 선보이며 크기에서도 태블릿을 따라잡고 있다. 스마트폰의 도전에 태블릿은 어떻게 응전에 나설까.

태블릿도 점점 커지고 빨라진다. /사진제공=각 사, 그래픽=김민준 기자

폴더블폰이 시장을 개척하고 롤러블폰 등장도 예고되면서 모바일 기기 간 경계가 더욱 흐려진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첫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태블릿 시장을 열 때도 이미 스마트폰은 한 발 앞서있었다. 휴대성을 중시했던 만큼 잡스는 두 모바일 기기의 공존을 바랐겠지만 예상과 달리 스마트폰의 독주는 계속됐다. 동영상 감상을 위해 태어난 태블릿의 입지는 스마트폰 화면이 커질수록 점차 좁아져 갔다.


스마트폰 화면은 아직도 성장기


스마트폰의 대화면 트렌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손안에 작은 컴퓨터가 쥐어질 때부터 사람들은 기존 PC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영상 감상과 게임 플레이에 관심을 가진다. ‘똑딱이’(소형 콤팩트 카메라)를 집어삼킨 스마트폰 카메라도 촬영 결과물을 더 크게 보고 편집하는 게 편할 수밖에 없다. 최초 3.54인치였던 아이폰 디스플레이도 최근 아이폰12 프로맥스에서 6.7인치까지 커졌다.
통상 스마트폰은 손으로 들고 통화할 수 있는 크기가 요구되므로 기기 자체를 확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과 유사한 크기에서 더 큰 화면을 제공하고자 디스플레이가 접히거나 말리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 폴더블·롤러블 스마트폰이다.

네덜란드 특허 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이 제작한 갤럭시Z폴드3 렌더링 이미지. /사진=렛츠고디티털

지난해 9월 출시된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2’의 화면 크기는 접었을 때 6.2인치, 폈을 때 7.6인치다. 7.9인치인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가 사정권에 들었다. 향후 삼성전자가 업계의 관측대로 두 번 접는 ‘병풍식’ 모델을 내놓는다면 첫 아이패드의 9.7인치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떠오르는 폴더블·롤러블, 태블릿 영역 넘본다


스마트폰 신규 폼팩터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을 280만대 규모로 분석했다.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이보다 2배 이상 성장하고 2022년에는 2020년 대비 6배 이상인 1700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73%를 선점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애플도 아이폰 폴더블 모델을 이르면 내년에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에 전시된 갤럭시S21 울트라 /사진=임한별 기자

태블릿의 입지를 흔드는 것은 화면 크기뿐만이 아니다. 과거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함께 ‘패블릿’의 등장을 알리며 태블릿의 입지를 흔들었던 ‘S펜’이 확대 적용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S21 울트라를 시작으로 ‘S펜’ 적용을 확대할 전략이다. 연내 출시될 갤럭시Z 폴드3 등 신규 폼팩터 제품군도 유력한 후보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혁신적인 폴더블 기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폴더블 제품군의 다양화와 대중화에 힘쓰겠다”면서 “소비자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갤럭시노트의 경험을 더 많은 제품군으로 확대해 적용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침체일로였던 태블릿, 코로나19 수혜주 되다


글로벌 개인 컴퓨팅 기기 출하량 전망 /자료=IDC, 그래픽=김민준 기자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성적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이런 대세와 반대 방향으로 엇갈렸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년 대비 11% 하락이라는 역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울었던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은 웃었다. 2010년대 하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위축돼왔던 태블릿 시장은 지난해 갑자기 반등했다. IDC(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 시장조사에서 전년보다 10%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계 PC 시장도 11.2% 성장했지만 사정은 조금 다르다. PC 시장의 경우 지난해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 보안 업데이트 지원 종료에 따라 윈도10 기반 PC로 옮겨가는 수요가 크게 작용했다.

갤럭시탭S7 플러스 /사진제공=삼성전자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정반대로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판매량 증가로 직결됐다.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이 강제되면서 업무나 학습 용도의 태블릿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동기(1040만대)보다 약 46% 늘어난 1520만대의 아이패드를 출하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 ‘갤럭시탭S7’ 시리즈 출시에 힘입어 전년 대비 79.8% 증가한 900만대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태블릿 시장 점유율 1·2위인 애플(34.4%)과 삼성(20.4%)이 상승세를 주도한 것이다. 최근 애플은 4분기(회계연도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아이패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 4분기에 애플은 아이패드 8세대와 이아패드 에어 4세대를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아이패드 에어 4세대와 매직키보드 및 애플펜슬 /사진제공=애플



뺏긴 만큼 뺏는다… 노트북 영역 노리는 태블릿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소비자가 ‘뉴노멀’에 익숙해지고 전세계 5G 보급도 본격화되면서 지난해보다 9% 성장하는 반등을 이룰 전망이다. 반면 태블릿 시장은 11.9% 감소를 기록하며 다시 하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도 서로 엇갈리면서 다시 예전 흐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상업용·교육용 태블릿 수요는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적인 슬레이트(평판형) 태블릿보다 스마트폰에서 혁신이 더 일어났고, 스마트폰 화면이 계속 커지면서 특정 분야에서 태블릿의 필요성이 제한적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MS 서피스 프로 7 플러스 /사진제공=MS

하지만 디태처블(키보드 탈착형) 태블릿의 경우 앞으로도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지난 수년간 시장이 침체됐던 와중에도 디태처블 모델만은 꾸준히 성장해왔고 지난해 코로나 특수에서도 출하량이 63.1%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MS 서피스 제품군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들의 경쟁 상대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노트북이다. 주로 대화면·고성능 스펙에 전용 키보드(탈부착)와 펜을 갖추고 업무·학습 생산성에 중점을 둔다. 이들과 투인원(2-in-1·화면 터치 조작이 가능해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제품) 노트북 간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제조업체도 거의 겹친다.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 /사진제공=레노버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에 탑재되며 태블릿의 입지를 또 한 번 흔들었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향후 태블릿의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이달 국내 출시 예정인 레노버의 폴더블 태블릿을 시작으로 독자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제품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폴더블 태블릿의 가격이 내려오고 내구성과 활용 가치가 입증되면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발표에서 내건 구호처럼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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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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