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향의 부동산톡] 내 아이 좋은 학교 보내고 싶은데.. 위장전입이 불법?

김노향 기자 2021. 2. 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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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문제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며 전입신고 사후조사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지인이나 가족 등을 활용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보다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ㅇㅇ은 다 괜찮은데 학군이 별로예요.’
‘ㅇㅇ동으로 주소 이전하고 학교 보내야겠네요.ㅠㅠ’
‘주소 이전은 불법 아닌가요?’
‘편법이죠.^^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 많아요.’
‘아 불법은 아니군요. 쉬쉬하면서 하길래 전 불법인가 했어요.’
‘네. 불법이면 못하죠!’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의 불법 위장전입이 끊임없이 폭로되고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지만 일반인 사이에서도 위장전입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아파트 청약 신청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사례도 많지만 현행 제도상 학교 배정이 주소지에 따라 이뤄져 학군을 노리는 위장전입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부동산 특성상 학군이 좋은 지역일수록 집값이 높다 보니 이사가 힘든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위장전입이다. ‘강남8학군’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이런 학군 수요의 불법 위장전입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과거엔 아무 연관이 없는 주소를 지정해 전입신고를 해도 주민등록법상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위장전입 문제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며 전입신고 사후조사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지인이나 가족 등을 활용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보다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개월 동안 위장전입 ‘134건’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이 일며 ‘강남 은마아파트 테트리스 월세’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명문학교와 학원가가 몰린 대치동 은마아파트 99㎡에 학생 9명이 방을 쪼개 2층 침대를 들여놓고 기숙사로 사용하는 데 1명당 월세가 100만원에 달했다.

서울시와 교육청,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현행 전입신고가 이뤄지면 각 지자체는 15일 내 사후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지자체 직원이 전입신고가 이뤄진 해당 주소지를 방문해 실제 거주자인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인이나 가족 등의 주소로 거짓 전입신고를 해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지자체 직원의 방문일에 맞춰 조사를 받으면 위장전입을 숨길 수 있는 것.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상 주민등록이 신고주의기 때문에 사후조사 한 번으로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정부가 찾아내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르는 주소로 전입신고하는 방법도 가능했는데 그나마 사후조사를 강화하며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상반기 ▲서울 3개 ▲인천 4개 ▲경기 7개 ▲지방 7개 아파트에 현장점검을 시행한 결과 위장전입 134건이 적발됐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부정청약을 의심하는 단지를 일부 선정해 조사한 것이어서 실제론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들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주민등록을 이중으로 하거나 거짓 신고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 의해 강제 전학


서울시에 따르면 학군 수요 위장전입 실태 특별 조사나 신고 포상제도가 운영되지는 않지만 실제론 신고를 통해 위장전입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 이미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짓으로 신고된 주소지를 교육청이 적발할 방법은 없지만 주변의 신고로 위장전입이 드러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위장전입을 적발해내는 사례도 있다. 지자체가 학교 현장조사를 나가 학생에게 직접 질문을 해 위장전입이 적발된 경우 강제 전학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선 이런 방법으로 적발되는 위장전입 수가 미미한 만큼 다양한 방식의 조사와 신고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체국 우편물 ▲도시가스·전기요금 ▲온라인 구매 및 택배 수신 주소 ▲세금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조사하는 방법이나 정식 신고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위장전입 실태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사유 불문 중대 범죄라는 인식 필요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현재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는 위장전입은 대부분 청약 가점을 높이는 목적이지만 주민등록법상 위장전입 자체가 사유를 불문하고 불법이기 때문에 같은 범죄”라고 지적했다.

학군 수요의 위장전입은 청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법이라는 인식이 낮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위장전입 문제는 학교에 관한 것이 대표적”이라며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많은 정보를 접하기를 바라는 선량한 부모의 마음에서 벌이는 일이지만 중대한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군 수요의 위장전입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전세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역 간 교육 편차가 갈수록 벌어지자 정부는 내신제 강화와 자립형사립고·특수목적고 설립 등을 추진했다가 2025년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체 공교육을 상향 평준화시키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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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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