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혐오 페미니즘'에 맞서는 퀴어 안내서

고명섭 2021. 2. 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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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자' 전혜은씨가 쓴 <퀴어 이론 산책하기> 는 복잡한 성소수자(퀴어) 이론을 국내 상황에 맞춰 생생한 언어로 전달하는 퀴어 이론 안내서다.

그동안 국내에 나온 퀴어 개론서는 퀴어 운동의 역사를 그리거나 성소수자 범주(LGBT)에 따라 각각의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번역서가 대부분이었다.

'급진 페미니즘' 운동 일각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지은이는 주디스 버틀러의 성정체성 이론을 상세히 살펴가며 강도 높게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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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이론 산책하기
전혜은 지음/여이연·2만7000원

‘퀴어 페미니즘 장애학 연구자’ 전혜은씨가 쓴 <퀴어 이론 산책하기>는 복잡한 성소수자(퀴어) 이론을 국내 상황에 맞춰 생생한 언어로 전달하는 퀴어 이론 안내서다. 그동안 국내에 나온 퀴어 개론서는 퀴어 운동의 역사를 그리거나 성소수자 범주(LGBT)에 따라 각각의 정체성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번역서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퀴어 이론의 지형 전반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핵심 쟁점 위주로 퀴어 이론을 정리한다. 또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직접 다루고 있어 구체적으로 퀴어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지은이가 내세운 이 책의 첫 번째 목표는 퀴어 이론을 구축해온 주요 학자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복잡하게 꼬인 논의를 명확하고도 쉽게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 책이 꼽는 대표적인 퀴어 학자는 <젠더 트러블>의 저자 주디스 버틀러와 <벽장의 인식론>을 쓴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이다. 지은이는 4장에서 세즈윅의 그 책으로 유명해진 ‘벽장’과 ‘커밍아웃’의 관계를 상세히 살핀다. ‘벽장’과 ‘커밍아웃’에 대한 통상의 설명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벽장’ 속에 머무르던 사람들이 ‘커밍아웃’해서 세상으로 나간다는 진보 서사의 형식을 따른다. 벽장의 어둠에서 나와 광명을 찾고 진정한 자기 삶을 살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이런 이야기들은 사태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벽장과 커밍아웃은 그렇게 명확히 나뉘지 않는다. 커밍아웃했다고 해서 매번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힐 수도 없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 속에서 커밍아웃한 뒤에도 다시 벽장에 갇히거나 스스로 벽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은이는 이런 현실에 처한 동성애자들을 두고 “매번 새로운 벽이 생겨나 길을 막는 영화 <메이즈 러너>의 거대한 미궁에 갇혀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더 중요한 특징은 한국의 퀴어 이론과 공명하며 현재의 담론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논의를 정리해 “한국의 퀴어들이 일상적 투쟁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이론적 도구를 공급”하는 데 있다. 지은이는 특히 2010년대에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부상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트랜스젠더 혐오’에 주목한다. 물론 과거에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는 있었지만, 최근 현상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페미니즘 내부에서 행해지는 트랜스젠더 공격이다. 이런 ‘트랜스 혐오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성별’ 곧 ‘생물학적 여성’을 성정체성의 핵심으로 이해하며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존재들을 거부와 부정의 대상으로 삼는다. 당연히 성전환자들은 온전한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당한다. ‘급진 페미니즘’ 운동 일각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지은이는 주디스 버틀러의 성정체성 이론을 상세히 살펴가며 강도 높게 비판한다. 억압과 차별에 저항해 일어난 페미니즘이 혐오와 배제의 운동이 되고 마는 이 역설이 어떤 이론적 허점 위에 성립하는지 들추어내는 것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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