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는 넘쳐나는데.." 감당 안 되는 아동전담팀
아동학대 신고 건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인력
정부, 전문성·처우 개선 등 종합대책 추진
"최소 인력 기준 설정, 보수 교육 확대 필요"
A씨는 경기도내 한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다. 그의 퇴근 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밤 9시를 넘기기 일쑤다. 신고 전화가 늦은 시간에 몰리기 때문이다.
지난 달 어느 날도 그랬다. 밤 9시, 경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의 연락처를 넘겨받은 A씨는 곧장 번호를 눌렀다.
"아빠가 또 취했어요. 무서워요."
울먹이는 아이에게 "금방 갈 테니 걱정 말라"고 진정시킨 뒤 서둘러 시청을 나서며 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관 앞에서부터 아이의 아버지는 A씨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집안일에 공무원이 무슨 상관이냐는 거다. 경찰이 있어도 막무가내다. 욕설에, 신변을 위협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이 얼굴의 멍자국을 본 A씨는 그 자리에서 아버지와 아이를 분리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학대피해아동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는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아버지에게는 알코올 중독 치료와 폭력 재발 방지 교육을 통해 재활을 돕고 있다.
문제는 A씨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전담공무원이 단 1명뿐라는 것.
A씨는 "하루에만 대여섯 건씩 신고가 들어오고, 조사 대상자 퇴근 시간을 맞추느라 밤에도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학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보람을 느끼면서도 힘에 부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5일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전국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319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 중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127곳에 배치됐다. 42%에 해당하는 54곳은 전담공무원이 한 명씩 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신고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이 적정하다고 권고했지만,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1년에 전국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가 4만여건임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800명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원 정원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복지부 권고에는 못 미치는 70건 당 1명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일단 연말까지 전담인력을 664명까지 충원할 계획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연말까지 한두 명 더 늘려준다고는 하는데 지역에서 신고되는 아동학대 건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직무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사업무 경험이 없는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도 힘들다.
전담공무원들은 현재 80시간의 직무교육을 받고 있지만 조사 역량을 갖추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팀에 배정되고 짧게 교육을 받은 뒤 아동학대보호전문기관 직원과 동행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혼자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담공무원들의 업무 특성에 맞게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에 정부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직무교육 시간을 160시간으로 늘리고, 전담공무원을 전문직위로 지정해 잦은 순환보직을 막아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김형모 교수는 "출장이 잦고 이동거리가 먼 지역들도 많기 때문에 인구 수나 신고 건수만으로 따질 게 아니라 지역별 최소 8명 이상을 배치할 수 있는 하한선을 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담공무원 교육을 1회성이 아닌 매년 보수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전담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만들면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일부 지역에서 운영되는 자문 위원회를 전국으로 확대해 공무원들이 수시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인력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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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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