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결원 관할권 두고 충돌한 금융위 Vs 한은..쟁점 셋

최정희 2021. 2.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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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결원 빅테크 내부 결산은 청산..감독권, 금융위에"
한은 "청산은 중앙은행 고유 권한 '결제'까지 건드리는 것"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카카오페이 등이 활성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동시에 금융 고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출) 개정안이 이달 중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고객 보호 장치’의 일환으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의 고객 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이하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놓고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간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전금법 개정안은 금결원이 빅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 처리를 ‘청산’이라고 보고 금결원을 ‘전자지급거래청산업’으로 새롭게 규정, 금융위의 관리·감독을 받게 한다는 방안이지만, 오랜 기간 ‘지급청산결제(지급결제)’를 맡아 관리하던 한은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은은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한은의 지급 결제 업무와 금결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됐다. 금결원을 누가 관리하느냐를 두고 전금법 개정안, 한은법 개정안이 충돌하고 있어 양법이 각각의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종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

◇ 빅테크 내부 거래도 청산이냐, 아니냐

논란은 전금법 개정안에서 출발했다. 한은, 금융위 모두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의 사모펀드 사기나 독일 와이어카드의 분식회계 등 국내외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를 고려하면 카카오페이 등이 고객 돈을 받아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감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그러나 그 수단으로 빅테크 업체들이 자신의 고객 거래 정보를 금결원에 모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마련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A고객이 카카오페이를 통해 B고객에게 100만원을 송금했는데 빅테크 업체가 이를 유용해 나중에 고객들이 돈을 못 받게 되는 사고가 나면 큰일이니 금결원이 모든 고객 거래 정보를 보고 카카오페이를 통해 오고간 자금 내역을 결산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은행은 이를 자체적으로 하는데 빅테크는 아직은 믿을 수 없으니 금융위의 허가를 받은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금결원’에 맡기라는 얘기다.

여기서 관건은 금결원이 카카오페이의 내부 거래를 결산하는 것을 ‘청산’이라고 봐야 하느냐다. 청산이냐, 아니냐에 따라 금결원을 누가 관리해야 하는 지에 대한 셈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를 전금법에서 ‘청산’이라고 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간 지급결제만 청산이 아니고, 금융회사 내부 거래(자행 이체)도 청산”이라며 “국제결제은행(BIS)에서도 내부 거래를 청산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에선 ‘청산’이 아니라고 본다. 한은 관계자는 “(내부 거래를 ‘청산’이라고 하는) 나라가 있는지 찾아봐라”며 “일본의 결제서비스법(payment services act)에서도 ‘청산’을 금융회사간 발생하는 거래로 정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내가 집주인이었는데” VS “원래 나거든”

금결원은 금융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 고객들의 자금이체 등 지급 행위를 확인·중개하고 금융사간 주고 받을 자금의 차액을 산출해주는 ‘청산’을 주 업무로 하는 민간 사단법인이다. 즉, 빅테크 내부 거래 결산 업무를 ‘청산’으로 볼 경우 금융위로선 국내 유일 청산 기관인 금결원에 대한 지배권까지 주장할 수 있는 더 확실한 근거가 된다. 또한 금융위 관계자는 “금결원은 1986년 재무부의 허가를 받았다. 재무부를 승계한 조직이 금융위”라며 “그러니 애초부터 금결원 감독권은 금융위한테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중앙은행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와 청산이 붙어다닐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즉, 지급과 결제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는 ‘청산’을 하는 금결원과 ‘결제’를 책임지는 한은은 불가분의 관계란 얘기다. 그러니 금융위가 금결원을 지배한다는 것은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마저도 지배하겠단 발상이란 주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급결제는 원래 ‘지급청산결제’로 여섯 글자이고 청산은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집어넣지 않았던 단어”라며 “한은이 하고 있는 지급청산결제 업무 중 금융위가 ‘청산’ 업무만 쏙 빼서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으로 하나의 라이선스를 만들고 업무 규정 승인권부터 검사·감독권, 제재권까지 한 패키지로 묶어 전금법을 만들어 놓고서 부칙으로 (결제불이행 위험을 감축하는) 일부 업무에 대해선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하니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한은이 오랜 기간 어떤 집의 주인으로 살고 있었는데 금융위가 법을 바꿔 내가 이 집의 주인이다. 한은은 방 하나 내줄 테니 전세, 월세 살아라 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금결원이 하는 13개 소액결제시스템 업무에 `빅테크 내부 거래` 업무 하나를 끼워넣고서 전체를 다 가져가려한다는 지적이다. 빅테크 업체와 관련된 오픈뱅킹공동망은 금결원 하루 결제액 80조2000억원(작년)의 고작 0.4%(3000억원)만 차지한다.

한은은 빅테크 내부 거래를 금결원이 볼 수 있도록 하더라도 그 업무를 ‘청산’에 끼워넣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P2P업체를 통한 거래 정보를 집중·관리하는 ‘중앙기록관리기관’으로 금결원을 지정했듯이 이번에도 ‘전자지급권리 확인 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산’ 영역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다.

금융위가 금결원의 지배권을 갖게 되는 전금법 개정안에 맞서 한은의 지급결제 권한을 강화하는 한은법 개정안도 제출됐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은법 개정안에는 한은이 금결원 등 민간 자금결제 운영기관을 지정, 관리하고 현장조사와 제재권까지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한은 고위관계자는 “지급 결제 운영이 금융당국의 통제를 받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내부 거래, 꼭 금결원 거쳐야?”..개인 정보 침해 논란

금결원이 빅테크 업체의 모든 고객 거래 정보를 알게 됨에 따라 개인 정보가 침해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1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금융정보학회 세미나’에서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페이포인트를 이용해 물건을 살 경우 네이버는 모든 거래 정보를 고객 개인 정보 제공·활용 동의 없이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 정보는 식별할 수 없게 처리돼 (빅데이터 개방 차원에서) 민간기업 등에 또 다시 제공될 예정”이라며 “개인 정보 보호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윤관석 의원측 관계자는 “모든 고객 정보를 다 주는 것도 아니고 개인 정보보호 의무 전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며 “금결원 등도 충분히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개인 정보보호 조치에 문제가 없다. 과도한 우려”라고 대응했다.

전금법 개정안에선 빅테크 업체들이 고객한테 예치금(선불충전금)을 받을 경우 이를 은행 등 제3의 기관에 예치하도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 보호를 위해 은행한테 고객 돈을 100% 예치하라고 해도 속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한은에선 그 정도로 믿지 못할 것이라면 어떻게 금융 라이선스를 줄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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