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거짓말'도 탄핵열차 못세웠다..헌정사에 새긴 '판사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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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임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 중 처음 탄핵 소추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의원은 4일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자로서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이 받는 재판에 개입했다"며 "단죄되지 않은 행위는 반드시 반복 된다"며 찬성 표결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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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 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국회가 판사를 탄핵 소추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 부장판사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재판 개입에 대한 당연한 단죄'라는 반응과 '여당의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반발이 맞서는 중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 탄핵을 놓고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까지 보태져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헌정사상 첫 판사 탄핵 소추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288명 중 179명이 찬성해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300명 중 과반 이상인 151명)를 넘겼다. 무기명 투표였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거의 이탈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원 겁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의석 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탄핵소추안 의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을 외쳤다.
탄핵은 헌법·법률을 위반한 행정부 고위 관료나 법관 등을 파면할 수 있는 제도로, 국회가 소추(탄핵 심판 청구)하고 결정권은 헌재에 있다. 판사 탄핵 소추가 가결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1985년(유태흥 전 대법원장)과 2009년(신영철 전 대법관)에 탄핵 소추 시도가 있었지만 두 번 다 무산됐다. 전체 공직자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탄핵 소추 가결은 단 두 번 뿐이었다. 노무현(2004년)·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이 그 대상이었다.
'세월호 7시간' 재판에 불법 개입 혐의
임 부장판사는 사법부 구성원 중 처음 탄핵 소추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해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하는 등 시국 사건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그의 재판 개입을 인정하며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임 부장판사가 이달 28일 퇴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정치권을 달궜다. 판사 출신이자 ‘사법 농단 피해자’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이 탄핵 바람을 주도했다. 위헌적 행위를 한 판사가 명예롭게 퇴직하도록 두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논리를 폈고, 불과 한달 여 만에 범여권 의원 161명이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4일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자로서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 경호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이 받는 재판에 개입했다"며 "단죄되지 않은 행위는 반드시 반복 된다"며 찬성 표결을 호소했다.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탄핵 얘기를 못한다"며 임 부장판사의 퇴직을 만류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이날 오전 공개됐지만, 변수가 되지 못했다. 여권에서는 오히려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수준이라면, 임 부장판사를 탄핵하는 것이 맞다"(우상호 민주당 의원)는 목소리가 커졌다.
탄핵소추안 의결은 상당한 정치적 여파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 추진으로 맞불을 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절반의 성공은 거뒀지만, 헌재가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결정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입장 자료를 내고 “심히 유감”이라며 “헌재 탄핵 심판 과정에서 탄핵이 될만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장채원 인턴기자 chaeww0404@naver.com
김단비 인턴기자 94dan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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