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나리오는 백신 무력화.. "변이 바이러스 막아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경남·전남 외국인 친척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해외에서는 영국 이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가 수십 개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워낙 강력하다고 알려진데다, 급히 개발된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3~4월 4차 대유행 가능성, 지난 1년과는 차원이 다른 2차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방역 강화, 전장유전체(바이러스 유전자 전체) 분석 확대 등의 과감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4일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4명이 확인된 경남·전남 외국인 친척 집단감염에 대해 “해외 입국자 관리에 빈틈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방역당국은 이 4명과 연결된 사람들 200여명에 대해 검사 중이다.
①"해외 입국자 방역 조치 강화하자"
현재 해외 입국자들은 입국한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자택에서 2주간 자가격리한다. 그런데 격리 해제 직전인 13일째에야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안에서 격리가 제대로 안 됐다면 가족을 통해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다 이번에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외국인 4명 중 2명은 확진 판정 후 23일이 지났는데도 양성이 나왔다. 지속력이 알려진 것에 비해 2배나 된다.
이 때문에 해외 입국자들을 아예 모두 시설격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항 검역보다 자가격리 중 확진되는 사례가 많고 잠복기가 2주보다 긴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며 “어느 나라에서 오든 생활치료센터 등을 이용해 2주간 시설 격리한 뒤 1주간 다시 자가격리하며 코로나19 검사도 3차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즉답을 피했다. 권 제2부본부장은 “매일 평균 약 4,000명에 이르는 입국자를 14일간 격리하려면 단순 계산해도 5만6,000명 분의 격리시설이 확보돼야 한다”며 “여러 측면으로 검토해보겠다”고만 언급했다.
②"변이 바이러스 검사 늘리자"
변이는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1년 지났으니 변이 검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해외입국자는 물론, 모든 집단감염에 대해서도 유전자 분석을 강화해야 변이를 빨리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이를 확인하려면 전장유전체 분석을 해야 한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전장유전체 분석은 2,604건으로, 국내와 해외 비율이 7대 3이다. 지금은 영국, 남아공, 브라질, UAE, 시리아, 아프리카 입국자는 모두, 나머지는 10~20%만 표본을 뽑아 전장유전체 분석을 한다. 권 제2부본부장은 “변이 양상에 따라 전수검사나 표본 선택을 확대하고, 민간 기관과 협력해 분석 규모를 늘리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③"백신접종 신속하게 진행하라"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감안한 방역 강화 대책을 곧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출입국을 완전히 막지 않는 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영국 변이는 80개국, 남아공은 41개국, 브라질은 10개국에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영국 변이 발생국은 최근 한 주만에 10여개국씩 급속도로 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의 3분의 2가 영국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은 31개주에서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가 확인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변이 바이러스가 여지껏 개발해둔 백신을 무력화할 경우다. 이미 남아공 변이, 그리고 영국의 추가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아공 변이에 대해 임상자료가 나온 건 노바백스와 얀센 백신인데, 예방효과가 각각 49.4%, 57%에 그쳤다. 이 때문에 변이 확산 전에 백신 접종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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