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당한 아이, '설거지·빨래'하며 돌봐..인력이 없다
[편집자주] 아이들이 학대당하면 상황에 따라 분리를 해야한다. 가야할 곳이 필요한 거다. 그럴 때 잠시 머무는 곳이 있다. 상처 받은 아이들을 돌봐주고 상담해주는 '쉼터'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학대피해아동쉼터의 힘듦이란 어떤 것일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3회에 걸쳐 다뤄본다.
학대당한 아이를 당장 분리하란 목소리가 컸다. 16개월 정인이가 양부모 집에서 결국 숨진 뒤,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여 이런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당장 3월부터는 1년에 2회 이상 학대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각 분리를 하게끔 했다.
그렇다면 고민해봐야 하는 게 생긴다. 아이를 분리하면 어디로 갈 지, 또 그 곳 생활은 어떨지. 학대피해아동들이 일시적으로 보호 받는 곳, '학대피해아동쉼터'에 대한 관심이 그래서 필요한 거다.
안타깝게도 현장서 들리는 목소린 그렇지 않았다. 예산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단 얘기다.
전국학대피해아동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쉼터 한 곳당 지원된 예산은 1억8000여만원이다. 국비 40%, 지방비 60%로 구성돼 있다. 이를 가지고 원장 1명, 보육사 3명, 심리치료사 1명이 인건비·운영비·사업비를 해결하도록 돼 있다.
처우가 열악하다고 했다. 일선 현장서 받는 보육사 월급은 200만원도 안 된다. 보육사 3명이 3교대로 24시간 학대아동들을 돌본다. 식사나 휴게 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강도 높은 돌봄이다. 그러나 최저시급 수준의 월급, 그러니 13개월마다 선생님들이 떠난다.
1명당 최대 7명씩(특히 야간에) 돌보는 셈. 영아나 장애 아동이 들어올 경우,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전남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들의 등하교·등하원 지도에 식사 준비, 설거지, 빨래, 목욕지도 등 살림까지 같이 하느라 늘 분주하다"며 "지금 인력으론 슈퍼 울트라 파워가 있어야 깊이 있는 관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보강이 돼야 아이들 마음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대당한 아이들은 긴급 분리되는 터라 물품을 새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비용도 만만찮다. 기본적인 생활복, 신발, 교복, 학용품 등을 쉼터서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남 아보전 관계자는 "쉼터가 일시 보호 시설이긴 하지만, 아동의 사정으로 대기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그래서 계절이 바뀌기라도 하면 아동 관련 물품들을 다시 사야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도 많이 해서 주식비, 부식비 지출도 크다"고 했다.
예산 지원이 왜 이리 부족할까. 이순남 전국학대피해아동협의회 부회장은 "쉼터가 시설 유형상 공동생활가정(그룹홈)과 함께 묶여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쉼터는 일시보호와 응급보호, 치료 기능까지 하는터라 일반 그룹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 그로 인해 예산 증액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분류 체계를 수정해달라고 건의하고 있으나, 그룹홈과 쉼터의 차이가 뭔지 얘기해보라고 한다"며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토로했다.
충분한 예산을 주는 것, 그건 결국 쉼터에 머무는 학대피해아동들을 위해 절실한 비용이 된다.
전남 아보전 관계자는 "학대 피해로 분리돼 오는 아이들이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연령별로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 기회도 적고, 온라인 학습을 대부분 해야하는 터라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하단 얘기였다.
전국학대피해아동협의회 관계자는 "입소 아동이 자주 들어왔다 나가고, 기본 생활용품을 사야해서 현재 예산으론 부족해 개인별 국민기초생활 생계비와 후원금, 자부담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현실성 있는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센터장도 "학대피해아동은 불안해하기 때문에 특별한 서비스가 필요한만큼, 상시적으로 돌볼 수 있게 예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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