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속도'에, 바이든은 '같은 목표'에 방점.. 정상 통화서 북핵 온도차

조영빈 2021. 2. 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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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한미 간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측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한미 간 같은 입장(on the same page)이 중요하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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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14일만에 한미 정상 첫 통화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한미 간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속한 대북 정책 마련"을 강조한 문 대통령과는 온도차가 있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57분까지 32분간 통화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2주 만이자, 지난해 11월 12일 당선 축하 통화 이후로는 50여일 만이다.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리더십 하에 미국이 국민 통합과 더 나은 재건을 위한 비전을 실현하기 바란다"고 덕담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따뜻한 축하와 성원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백악관 "북핵 긴밀 협의"...靑에 비해 원론적 설명만

북핵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한미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한미 정상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강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측 노력을 평가한다"면서도 "한미 간 같은 입장(on the same page)이 중요하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속도'를 강조한 데 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간 일치된 목표'를 강조한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온도차는 미국 측 발표에서도 나타났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 두 정상이 "대북 문제를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이뤄진 미일 정상 간 통화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데 비해서도 원론적인 설명만 한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 간 통화 내용에 대한 백악관의 단어 선택이 매우 신중했다"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간 우선순위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요 당사국인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가겠다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인도·태평양 지역' 대신 '동북아' 표현

백악관이 한미동맹을 설명하면서 중국 견제 목적을 담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표현 대신 '동북아의 핵심축(linchpin)'으로 정의한 것도 눈에 띈다. 청와대가 "양 정상이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거론했다"고 전한 것과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도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으로 표현했고, 취임 후 일본이나 호주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표현을 써 왔다. 일각에서 '동북아'라는 표현이 한국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정부 관계자는 "두 정상 간 통화에서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이란 표현 모두 등장했을 것"이라면서 "표현 하나를 가지고 두 정상 간 동맹에 대한 의견을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미일ㆍ미얀마 이슈에는 한미 보폭 맞춰

백악관 설명에는 빠져있지만, 청와대는 "한미일 3자 간 협력 필요성에 두 정상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3자 협력 체제가 '중국 견제'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앞세우고 있는 '동맹주의'와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두 정상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사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민주적·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기후변화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한미 간 협력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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