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법원 겁박용 판사 탄핵 강행, 어쩌다 이런 나라 됐나

2021. 2. 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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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판사 탄핵안 가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표결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국회의 현직 판사 탄핵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법관 탄핵은 헌법·법률 위반 사실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후배 판사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는 작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판결문에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이 있긴 하지만 ‘권유나 조언 정도에 불과해 재판권 침해는 없었다’고 명시돼 있다. 임 판사가 권유·조언한 내용도 허위가 아닌 사실이었다. 더구나 임 판사는 이번 달에 퇴임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사를 그 전에 끝내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을 1년이 지나서야 갑자기 밀어붙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른바 ‘사법 농단’에 연루된 판사 14명 중 6명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고, 그중 3명은 2심에서도 무죄였다. 나머지는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1명도 없다. 처음부터 정치적 억지 소동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위헌적 행위’라는 말 한마디를 들고 탄핵을 강행했다. 상당수 여당 의원은 탄핵안 내용도 모르는 채 백지 발의안에 서명했다. 사유도 따져보지 않고 도장부터 찍은 것이다. 극렬 친문들은 탄핵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퍼부었다. 법사위의 증거 조사조차 생략됐다. 전 과정이 인민재판과 다를 게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조차도 임 판사에게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타당성이 없는 탄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렇게 무리수를 쓴 이유는 뻔하다. 민주당은 작년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 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자 ‘판사 탄핵’을 본격적으로 외쳤다.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중지,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 유죄판결, 최강욱 의원직 상실형 등이 이어지자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이다. 다른 판사 전체를 향해 ‘몸조심하라’고 협박한 것이다. 앞으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관련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 판사 탄핵을 통해 자신들의 불법에 대해 ‘무죄’를 주라고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판사들이 이런 겁박에 흔들리면 사법부의 존재는 의미를 잃는다. 이렇게 사법부를 무너뜨린 게 베네수엘라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궈낸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의 나라가 됐다. 이 정권은 헌법재판소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헌재가 판사 억지 탄핵에 대해 엄정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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