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뚫은 디오르 날고, 면세점 치중한 페라가모 추락

안상현 기자 2021. 2. 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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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부른 명품 브랜드 양극화

에르메스(Hermes)와 LVMH 같은 럭셔리 브랜드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한 해 20% 이상 올랐다. 반면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와 버버리(Burberry)의 주가는 각각 15.4%와 18.8% 하락했고, 토즈(Tod’s)와 휴고 보스(Hugo boss)는 각각 30.9%와 31.7% 급락했다.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 간에도 희비가 갈린 것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럭셔리 브랜드 업계의 빈부격차를 키웠다”고 풍자했다. 글로벌 유통업계는 럭셔리 브랜드 간의 양극화 이유를 코로나 대유행과 결부된 2가지 포인트로 설명한다. ‘온라인 마케팅’과 ‘신규 소비자 발굴’의 성공 여부다.

◇온라인 등한시했다 매출 줄며 큰 타격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 경쟁력이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 이전부터 온라인에 힘써온 브랜드들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반면, 면세점과 백화점 등 전통적인 유통망에 여전히 의존해 온 브랜드들은 신종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량과 매출 감소에 큰 충격을 입었다.

온라인 분야에서 뒤처진 브랜드의 매출 실적은 참담할 정도다. 페라가모의 작년 3분 누적 매출은 6억1100만유로(약 8270억원)로 그 전해 같은 기간보다 38.5% 급감했다. 신발과 가방을 주로 만드는 토즈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4억5260만유로(약 612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 폐쇄와 해외여행객이 사라지면서 면세점 매출이 증발하다시피한 것이 결정타였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플라비오 세레다 애널리스트는 “(매출 감소가 컸던) 페라가모와 토즈의 온라인 매출은 전체의 약 10%에 불과했다”며 “이는 업계 평균인 약 15%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버버리는 코로나 봉쇄로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폐쇄하면서 위기를 맞자 미국과 중국, 호주 등지에서 옷과 가방 등의 제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극약 처방까지 해야 했다. 버버리의 164년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할인은 럭셔리 브랜드의 ‘금기(禁忌)’ 중 하나다. 할인 판매가 ‘고가의 명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려 장기적으로 손해가 되는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버버리 매출은 작년 2분기 2억5700만 파운드(약 39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가량 줄었다.

◇‘아시아 밀레니얼' 겨냥해 성공

반면 LVMH와 샤넬 등 일찌감치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계속 선전했다. 이는 북미나 유럽 중산층 등 전통적인 고객층에서, 중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세대)로 대표되는 신흥국의 젊은 고객으로 주(主) 고객층을 확대·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소셜미디어(SNS) 마케팅과 핀테크 결제 등 젊은 세대를 노린 디지털 친화적 홍보와 판매, 결제 방식 전환이 오프라인 판매가 막힌 팬데믹 상황 속에서 빛을 발했다. LVMH그룹의 ‘디올(Dior)’ 브랜드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디올은 글로벌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2015년부터 럭셔리 브랜드 최초로 12억명이 쓰는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이용해 온라인 전용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고, 실시간 생방송을 진행하는 등 중국 밀레니얼 공략에 애썼다. 결제 방식 역시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지원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길이 막힌 중국의 젊은 중산층 여성들이 일종의 ‘보복 소비'로 디올 제품 구매에 나섰다.

디올이 작년 9월 선보인 2021 봄·여름 컬렉션 온라인 프로모션에는 8360만명에 달하는 중국 시청자가 몰렸다. 디올은 현재 루이뷔통(Louis Vuitton)과 더불어 LVMH 그룹의 실적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다. LVMH 그룹 전체 매출이 작년 4분기 기준 3%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디올과 루이뷔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패션 및 가죽 제품’ 부문 매출은 1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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