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래는 예전만 못하다? '좋은 옛 노래'만 기억에 있기 때문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1. 2. 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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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보고싶은 것만 보는 '선택 편의'
김의균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떠올리는 이가 많다. 수요일에 비가 내리면 라디오에선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란 노래가 쉴 새 없이 나온다. 두 노래 다 1980년대 노래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빌보드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노래 20’을 뽑았는데, 21세기 노래는 3곡뿐이었고 그나마 모두 2010년 이전 노래였다.

노래 이야기를 하면 꼭 “역시 옛 노래가 좋다”는 말이 나온다. 왜 그럴까? 아파트도 새 아파트가 더 비싸고 옷도 ‘신상(새로 나온 상품)’이 좋다. 하지만 노래는 옛 노래가 더 경쟁력 있게 느껴진다. 오래 들어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함’이 ‘더 좋게 들린다’를 설명해주진 않는다.

과거 음악가들의 능력이 지금보다 뛰어난 것이라는 가설도 세워봄 직하다. 하지만 흡족한 설명은 아니다. 요즘 ‘아이돌’ 가수의 재능이 예전 가수들보다 못한 것도 아니다. 연예 기획사들은 수만 명 가운데 고르고 고른 인재들로 팀을 구성해 몇 년을 훈련한다. 이렇게 생긴 수십 팀이 매년 데뷔해 고작 두세 팀이 살아남는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이들이 ‘예전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긴 어렵다.

경제학으로는 좀 더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옛 노래가 좋다고 느끼게 되는 중요한, 그러면서 간과하는 이유는 ‘좋은 옛 노래’만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셀 수 없는 노래가 있었지만 지금도 사람들이 즐겨 듣는 것은 극소수의 탁월한 곡뿐이다. 즉, 옛 노래가 요즘 노래보다 좋게 느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래를 비교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일 가능성이 크다. 요즘 노래는 ‘최근 나온 곡 중 괜찮은 곡’, 옛 노래는 ‘오랜 세월을 살아남을 정도로 훌륭한 곡’이란 기준으로 비교를 했단 뜻이다.

경제학 용어로 이런 현상은 선택 편의(selection bias)라 한다. 여러 표본을 비교할 때 조건을 제대로 맞추지 않은 채, 편향된 표본으로 분석하면 현상을 왜곡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택 편의’는 세상을 인식하는 데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옛 노래가 더 좋게 느껴지듯 자연스럽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정치적 선호 때문에 듣고 싶은 정보만 골라 들으면서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것처럼 의도적인 경우도 있다.

요즘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통상 주식 투자자는 돈을 잃었을 때보다는 벌었을 때 훨씬 ‘큰 목소리’를 낸다. 펀드매니저를 생각해보자. 손실이 날 때는 입을 꾹 닫고 있다가 수익률이 다소 오르면 갑자기 언론에 등장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요즘 FOMO(fear of missing out)란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나만 투자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주식 수익률을 자랑하는 ‘목소리’를 이룬 집단이 선택 편의에 따라 구성된 탓이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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