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LCD패널 1년새 값 2배.. 삼성·LG 라인 철수 연기
대형 LCD 가격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LCD 산업은 최근 수년 새 얇고 가벼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밀려 급격히 위축됐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으로 TV 수요가 급증하자 극적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저가 공세를 펼치던 중국 업체들이 공급량을 줄인 데다, LCD용 반도체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익성이 개선되자 사업 철수를 결정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뜻밖의 호재에 긴급히 생산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1년 새 2배 올라
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월 UHD(초고화질)급 TV용 55인치 LCD패널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7달러 오른 장당 182달러였다. 지난해 1월 102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다. 65인치는 162달러에서 231달러, 범용 제품인 HD(고화질)급 32인치 제품은 32달러에서 68달러로 2배 넘게 뛰었다.
가격 상승 원인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 축소가 꼽힌다. BOE·CSOT·HKC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TV용 LCD 패널 라인을 증설하고 원가 이하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가격 공세를 앞세워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출혈 경쟁이 계속되고, 중국 정부가 LCD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자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 초부터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당초 우려와는 달리, 코로나로 인해 TV 수요가 급증하자 패널 공급 부족이 심화된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은 상반기가 비수기인데도 가격 추가 상승을 우려한 TV 제조업체들이 재고 비축에 나서면서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LCD용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LCD패널에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인 빛으로 바꿔주는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D(DDI)’가 수십 개씩 들어가는데 최근 DDI의 평균 판매가격이 20% 올랐다. PC와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늘자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DDI 생산을 줄이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옴디아는 “DDI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디스플레이 기업의 출하량 목표에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삼성·LG 모두 라인 철수 연기
업계에서는 LCD패널 부족이 최소한 올해 상반기, 길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TV용 LCD패널 사업 철수를 선언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생산 전략을 수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TV용 LCD패널 생산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말까지 생산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산 중단을 선언했던 LG디스플레이도 파주 공장에서 당분간 TV용 LCD패널 생산을 계속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용 LCD패널은 설비 투자가 완료된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이 원가 이상만 유지되면 생산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전략 수정이 장기적으로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LCD는 중국 업체들과 기술 차이가 없는 시장인 만큼, 국내 업체들이 당장의 수익보다는 OLED나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로 사업 구조 자체를 빠르게 전환해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LCD·OLED
LCD(액정 표시 장치)는 액정을 배열한 뒤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을 활용해 색상과 밝기를 표시한다. 반면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패널은 화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더 얇고 선명한 TV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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