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두 번의 엑시트

이충엽 2021. 2. 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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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 번째로 창업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앞서 두 개의 회사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운이 좋아서 폐업하지 않고 일정 기간 경영하다 다른 회사에 매각했다. 그로 인해 어느 정도 돈도 벌 수 있었다. 이걸 ‘엑시트’(exit·자금 회수)라 부른다. 꼭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뿐 아니라,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IPO)하거나 다른 회사에 합병되는 경우도 엑시트다.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자들을 꽤 알고 있다. 후일담은 상이하다. 여전히 경영자로 남아 기존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업은 쳐다도 보지 않고 냅다 노는 사람도 있다. 화려한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창업 초기 모습 그대로 사는 사람도 있다. 사는 법을 깨우친 사람 행세를 하면서 오만해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원에 입학해 더 배우는 이들도 있다.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엑시트 이후 각자가 지닌 민얼굴이 보인다는 점이다.

내 경우를 보자면 두 번의 엑시트 이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냥 쉬었다. 타령만 하던 운동도 하고 독서를 하는 여유도 부렸다. 그런데 반년을 넘어서니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평안했지만, 무의미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뭔가 새롭고 의미 있는 일에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또 창업을 했고, 연쇄 창업가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엑시트 하고 나서야 창업이 내 길임을 깨달은 것이다.

‘연쇄’ 자를 타이틀로 붙였다고 어깨를 으쓱거릴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창업에서 벗어나고서야 이것이 내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돌아왔으니까. 뒤늦게나마, 어떤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봐줄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들에게 그 일을 왜 반복하냐고 묻는다면, 화가에게 왜 그림을 그리는지 음악가는 왜 음악을 하는지 물었을 때와 비슷한 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방식에 어떤 진실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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