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재개발 주도.. 5년내 수도권 61만가구 공급

진중언 기자 2021. 2. 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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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국 83만가구 공급책 발표.. 초과이익 환수·2년 실거주 면제

정부가 공공 주도의 재건축·재개발로 기존 13년 정도 걸리던 사업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해 전국 대도시 도심에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의 사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면제 등 지금까지 금기시했던 규제 완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앞선 24차례 대책에서 다주택자 압박, 세제 강화 등 규제 일변도로 나섰다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자 대규모 공급 확대로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다.

4일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공공 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이라고 예고한 대로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공급 방안이다. 서울에 분당신도시 3개 규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수와 비슷한 32만3000가구를 짓고, 경기·인천(29만3000가구) 물량까지 합쳐 수도권에만 61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공급 쇼크' 수준의 막대한 공급 확대로 주택 시장이 확고한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체 물량의 70~80% 이상을 분양 아파트로 공급한다고 했다. 3년 이상 무주택자는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기업이 나서서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高密) 개발하고, 재건축·재개발도 직접 맡아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게 핵심이다. 기존 토지 소유주나 재건축 조합원에게 초과이익환수금 면제, 용적률 상향,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같은 ‘당근’을 주는 대신 개발에 따른 이익의 상당 부분을 공공 주택 건설 등으로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만 분당 신도시 3개 규모… 홍남기 “공급쇼크 수준” 자평

4일 발표한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정부는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2025년까지 공공 주도로 서울에 32만3000가구, 경기·인천에 29만3000가구, 지방 광역시에 22만 가구가 새로 공급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에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셈”이라며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경우 무주택자의 심리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 공급 대책 브리핑을 마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서울에서 222곳을 ‘공공참여 우선추진 검토구역’으로 선정했다. 종로구 창신동, 성북구 장위동 등 강북 뉴타운 해제 지역이나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재개발 구역의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공공시행 정비사업 신규 도입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 등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개발을 통한 물량이 19만6000가구(서울 11만7000가구)로 가장 많다. 토지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토지를 확보해 사업을 진행한다. 정부는 “토지주에게 자체 사업 추진 방식보다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선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13만6000가구(서울 9만3000가구)를 공급한다. 일반적인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달리 LH 등 공기업이 시행권 자체를 위임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조합 총회 등 각종 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13년 이상 걸리던 사업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2·4 대책’주택 공급 물량

이 밖에 소규모 재개발을 통해 11만 가구,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3만 가구, 공공택지 신규 지정 방식으로 26만3000가구를 공급한다. 도심 내 호텔 등을 주택으로 바꾸거나 신축 빌라를 사들여 임대하는 방식으로도 10만1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비주택 리모델링이나 매입 임대는 지난해 11·19 전세 대책에서도 이미 한 차례 발표한 방식이다.

◇공공기관 참여 전제로 규제 대폭 완화

정부는 ‘공공 직접 시행’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기존에 정비사업을 막아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부담금이다.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고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부담금 액수만큼 사업성이 악화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재건축을 막아온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는 1인당 4억원 넘는 부담금을 통보받기도 했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 나온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도 공공 시행 정비사업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모두 지난해 8·4 대책에서 나온 공공재건축 방안에는 그대로 적용됐던 ‘걸림돌’ 규제들이다.

용적률도 크게 높여주기로 했다. 역세권 복합사업은 해당 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꾸고 법적 상한 용적률의 140%를 적용해 용적률이 700%까지 증가한다. 공공시행 정비사업도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250%이던 용적률이 360%까지 증가한다. 역세권 도로변이라면 최대 500%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사업을 통해 나오는 물량의 70~80%를 기존 토지 소유주와 무주택자에게 공공분양 방식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공공임대·공공자가 등 방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가구에서 재개발은 10~15%, 재건축은 5~10%를 의무적으로 공공임대로 지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만큼 기존에 민간 조합이 주도하던 방식보다 사업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서울 강북의 뉴타운 해제 지역 등 오랫동안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지역에서는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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