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가격리도 구멍 뚫렸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로는 결국 정부의 허술한 자가 격리 관리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일 방역 당국은 “이번 집단감염은 자가 격리 수칙을 위반한 게 맞는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감염 첫 환자인 아랍에미리트(UAE)발 입국자가 자가 격리 중 가족들과 접촉이 있었고, 집으로 친척들이 방문하면서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지난달 7일 이 첫 환자가 진단 검사로 확진자가 되기 전까지 자가 격리 도중에 친척들이 오가던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영국에서 입국한 경기 고양시 80대 주민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고 이어 유가족 3명이 확진됐을 때에도 자가 격리 관리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확진된 유가족 3명 중 1명은 다른 가족보다 일찍 입국했고,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나중에 입국해 자가 격리 중인 가족들과 같이 지내면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주민은 감염된 뒤에 집 인근 미용실과 마트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려면 해외 입국자 등의 자가 격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방역 당국도 자가 격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셈이다.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집단감염이 확인된 후인 4일에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4일 “정세균 총리가 자가 격리 전반에 대한 개선을 얘기했고, 이에 방역 당국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와 전면적인 준비를 하고 검토를 하고 있다”며 “자가 격리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과 시설 격리를 더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권 부본부장은 “다만 시설 격리는 전체적인 자원의 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도 분명히 있다”며 시설 격리를 늘리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임시 격리 시설을 늘려 변이 바이러스 유행 국가에서 입국했거나 가족 간에 분리가 어려운 가구는 시설 격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병 전문가는 “전 국민에게 보편지원금을 줄 예산 일부만 가져다 경영이 어려운 숙박 업소를 격리 시설로 추가 섭외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시설 확대가 어렵다면 입국자는 격리 기간에 가족과 반드시 떨어져 지내도록 수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백신 접종이 확대되기 전까진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입국자는 집에서, 나머지 가족은 숙박 업소 등에 머물게 해 가족 간 공간 분리를 의무화하는 격리 수칙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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