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업체들의 컨테이너선 확보 '쩐의 전쟁'.. 해상 운송료 1년전의 3배

신수지 기자 2021. 2. 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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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회복의 '때아닌 복병'

갑작스러운 운송비 급등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화물선과 컨테이너 부족으로 해상 운송 요금(운임)이 치솟으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대표적 해상 운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9일 2861.69포인트가 돼 1년 전(981.19) 대비 거의 3배가 됐다. 아시아와 북유럽 간 노선의 운임은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4276달러로 1년 전(969달러)의 4.4배가 됐고, 아시아와 미국 서해안 사이 노선 운임도 같은 기간 TEU당 1545달러에서 4088달러로 2.7배가 됐다.

운임 급등으로 해운회사(선사)들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 주가는 지난달 27일 기준 1만2600크로네로 지난해 3월 저점(5034크로네)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하지만 수출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속적인 운송비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해치고, 각 국의 소비자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해상 운임 급등이 글로벌 경기 회복의 새로운 역풍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치킨게임 선사들, 코로나 위기에 ‘담합'

운송비 급등의 원인은 200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서 해운 업계도 불황을 겪었다. 당시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을 대형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운임을 낮추는 전략을 펼쳤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경쟁사를 죽여 과점적 시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선박 대형화는 공급과잉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2016년 운임이 폭락하면서 업계 구조 조정이 일어났다. 국내 1위,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것도 이때다.

선복량(적재 용량) 100만TEU가 넘는 대형 선사들은 해운 동맹을 맺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사실상의 담합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데이비드 커스텐스 분석가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3개 해운 동맹이 환태평양 노선과 아시아~유럽 노선의 대부분의 선복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물동량 급감이 예상되자, 치킨 게임이 아닌 대규모 노선 감편으로 대응했다. 신규 컨테이너 발주도 취소했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 국면에서 벗어났고, 온라인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중국발(發) 수출 수요가 폭발했다. 중국 수출 업체들이 물건을 실을 컨테이너선을 구하려 경쟁을 벌이자 운임이 치솟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의 물류 시스템 문제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잦은 봉쇄 조치로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뚝 떨어지며 컨테이너 반환이 지연되는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유럽으로 갔다가 중국으로 돌아오는 데 60일 걸리던 것이, 코로나 사태 이후엔 100일이 걸리고 있다. 물류 컨설팅 회사 시인텔리전스의 라스 젠슨 CEO(최고경영자)는 FT에 “수요 증가와 물류 시스템 용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낸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라고 했다.

◇웃돈·선적 거부…설 이후 숨통 트일까

컨테이너 부족 사태는 일부 선사가 고액의 웃돈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상황까지 낳고 있다. 유럽화주협회(ESC)는 최근 EU(유럽연합) 위원회에 “선사들이 중국으로 컨테이너를 돌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거나 고액의 할증료를 요구하고,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며 조사를 요구했다.

미국에서도 선사들이 미국산 농산물 수출품 선적을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연방해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농산물 수출 업체들은 지난해 10~11월 선사들이 컨테이너 약 18만개의 선적을 거부하고, 대신 중국으로 빈 컨테이너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물류회사 레드우드의 마크 예거 CEO(최고경영자)는 CNBC에 “중국 때문에 미국 기업이 수출용 컨테이너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수출 업체들도 상무부에 선사들의 무차별적 운임 인상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중국 르네상스 증권의 브루스 팡 수석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높은 운임이 저(低)마진 상품을 수출하는 소규모 수출 업체들의 현금 흐름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가 운임 감당이 안 돼 신규 수주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선사를 이용하는 중소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국내 해운사의 컨테이너선 5척 이상을 긴급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춘절(春節·설)이 지나면 운임 급등세가 안정되리라 기대한다. 중국 내 대부분의 공장이 2주간 문을 닫으면서 컨테이너 적체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계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진 운임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머스크 해양·물류 부문의 빈센트 클럭 CEO 는 “운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4~6주 정도만 예측 가능하다”며 “일상적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소비 패턴이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시기가 언제일지에 따라 (운임의 추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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