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수업시대, 엄마가 지켜본다..선생님들 '줌맘' 스트레스

원우식 기자 2021. 2.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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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수업 보며 "우리 아이는 왜 발표 안시키나, 특정 학생만 편애" 학교측에 항의

충남 아산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8)씨는 작년 말 학년부장에게서 경고를 받았다. 한 학부모가 보낸 “화상 수업 도중 특정 아이를 호명하며 혼내거나, 발표를 시키며 편애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김씨는 “화상 수업을 하다 보면 딴짓을 하거나, 카메라 사각지대에 숨어 휴대폰 게임 하는 아이 등 통제가 쉽지 않다”며 “수업 잘 따라오는 학생에게 발표 기회를 준 것이 편애로 비치다니 놀랐다”고 했다. 이어 “올해 원격 수업도 벌써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코로나로 2년째 화상 수업이 이어지며 전국 일선 학교 교사들이 ‘줌(zoom)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줌은 화상회의를 할 때 주로 쓰는 프로그램 이름. 집에서 마치 ‘참관 수업’하듯 꼬치꼬치 감시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자녀를 ‘헬리콥터’처럼 후방 지원하던 ‘헬리콥터맘’ 대신 이제 ‘줌맘’이 새롭게 떠올랐다”며 “화상 수업 확대가 두렵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작년 2학기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원격 수업 도중 화면을 끈 학생에게 “왜 화면을 껐느냐”고 했는데, 갑자기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아이가 제 휴대전화로 화상 수업에 참여하는데, 급히 전화 쓸 일이 있어서 카메라를 껐어요. 이걸 가지고 아이를 혼내시면 어떻게 해요?” 해당 교사는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학부모에게서 항의를 받으니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카메라 속 학생 옆에 숨은 엄마가 영 신경 쓰인다는 것이 교사들 얘기다.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영어 수업 중 선생님이 ‘How are you?(잘 지내니?)’라고 물으면, 옆에서 부모님이 ‘I’m fine(잘 지내)이라고 말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며 “하나의 과제를 두고도 어떤 학부모는 너무 쉽다고, 다른 학부모는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고 민원을 넣는다”고 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가끔 특정 학생 옆에 학부모님 손이나 팔이 놓여있을 때가 있다”며 “부모님은 학생 옆에서 지도하려는 것이겠지만, 교사 입장에선 압박감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43)씨는 “수업을 간신히 시작하고 나면 학생들 마이크를 통해 어머니의 설거지 소리, 심지어 동생 혼내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며 “수업 도중에도 수시로 자녀에게 사과, 간식 같은 걸 갖다주시니 수업 통제가 잘 안 된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할 말은 있다. “선생님의 화상 수업 적응도에 따라 수업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 강모(38)씨는 “화상 수업을 지켜보니 담임 선생님이 1주일에 두 번, 하루 1시간만 쌍방향 원격 수업을 하더라”며 “국어·수학·사회를 20분씩 쪼개서 설명하는데, 억지로 시간만 맞추려 안 하느니만 못한 원격 수업을 하는 것 같아 솔직히 실망했다”고 했다. 서울 한 공립 초등학교 3학년생 학부모인 이모(37)씨는 “사립초는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화상 수업을 일찍 시작하고 수업 질도 좋다더라”며 “공립 초교는 2학기 들어서야 쌍방향 화상 수업을 처음 시작했고 수업 수준도 차이가 나다 보니, 답답한 학부모 입장에서 참견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원격 화상 수업에 실망한 학부모들의 교사 불신(不信)은 커져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작년 원격 수업 관련 온라인 기사 6건에 달린 댓글 972건을 분석한 결과, 교사에 대한 불만이 작년 1학기 5.4%에서 2학기엔 27.7%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부실한 수업을 할 거면 월급을 반납해야 한다” “교사들이 실력보다 장비 탓만 한다”는 식이다.

교육부는 쌍방향 소통형 ‘화상 수업’을 계속 늘려가면서 수업 수준을 점차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전국 각 학교에 쌍방향 수업 비율을 늘리라고 권고해, 1학기 14.8% 수준이었던 쌍방향 수업 비율은 2학기에 55.7%로 껑충 뛰었다. 올해도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에게 ‘교사들이 부담스러워하니 수업을 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교사들끼리 좋은 교육 자료를 공유하고, 화상 수업에 맞는 수업 체계를 갖추는 등 교사의 여건과 학부모 간 기대치를 맞춰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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