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끼 중 한 끼는 '쌀 대신 밀'.. '제2 주곡' 자급률 10%로 올린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2019년 기준 1인당 연간 31.6kg 소비
2020년 쌀 57.7kg 이어 두 번째로 많아
국내 생산량 1만5000t.. 99.3% 수입
식량 안보 측면 위험도 커 육성 나서
국산 밀 농약 거의 안 써 안전성 장점
치매 예방 건강기능성 물질 많아 주목
5가지 중점과제 추진 시장 공략 방침
통계로 보면 한국인은 세 끼 중 한 끼 정도 밀을 먹으며 그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국내 밀 산업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국산 밀 생산량은 2019년 기준 1만5000t으로 자급률이 0.7%에 불과하다. 99.3%를 수입한다는 말이다.
이는 식량 안보 측면에서 매우 큰 위험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밀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혹은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제2의 주곡이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밀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소비 확산을 추진하기 위해 ‘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2021∼2025년)을 마련했다.
식량 안보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목표는 자급률 제고다. 2025년까지 자급률 5%, 2030년까지 10%를 달성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밀은 대기업 7곳에서 밀 원곡을 수입해 제분하는 시스템이다. 국산 밀은 수확 후 저장·관리·가공하는 시스템이 미흡했다. 농식품부는 국산 밀 건조·저장시설을 확충해 균일한 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산 밀 비축량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5만3000t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5년 내 12만t까지 가능하도록 늘릴 예정이며 올해는 2개소를 먼저 지원한다.
수요처가 안정적이어야 공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대량 소비처와 계약재배로 소비를 확대하고 주력 소비품목을 육성할 방침이다.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국산 밀 산업계 역량 강화를 위한 ‘국산 밀 산업 발전협의체’를 운영한다.
수입 밀은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균일하다. 빵(강력분), 국수(중력분), 과자(박력분) 등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밀은 외국산보다 2.5∼4배가량 비싼 데다 품질이 균일하지 못해 ‘다용도’로 쓰인다.
1991년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을 통해 우리 밀 재배농가가 명맥을 이어왔고, 이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이 우리 밀을 소비해 왔지만 ‘의리’로 먹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들이 국산 밀을 선택하려면 가격 약점을 뛰어넘는 뚜렷한 강점이 필요하다. 관계자들은 국산 밀이 충분한 차별화 가능성을 갖췄다고 본다.
국산 밀의 최대 장점은 안전성이다. 서용원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봄밀인 외국산과 달리 국산 밀은 겨울밀이라 병충해가 많지 않아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다. 또 외국산처럼 오래 이동할 필요가 없어 방부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국산은 안전성 측면에서 외국산보다 월등하며 유기농·친환경 밀로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기능성’에 주목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산 밀에는 치매를 예방하는 아라비노자일란이라는 건강기능성 물질이 외국산보다 더 많이 함유돼 있다. 대구 가톨릭의대에서 현재 국산밀의 아라비노자일란 성분을 이용한 치매 질환 치료를 연구 중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소화가 잘되는 밀을 개발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팀과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간평가에서 밀 알레르기 환자의 64%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밀 전문가들은 최근 농업과 저장기술 발달로 국산 밀 품질이 높아져 외국산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기능성,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품종을 육성하면 수년 내 국내 밀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박태일 농진청 밀 연구팀장은 “현재까지 소화 잘되는 밀, 흑색·자색 밀 등 31개 국산 밀 품종이 개발됐으며, 앞으로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밀,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밀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안전성과 기능성,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국산 밀 산업을 육성한다면 수입이 99%를 차지하는 국내 밀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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