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로 가는 물고기의 여정[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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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새벽 2시에 어선을 탔다.
배 위에서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은 용광로처럼 보였다.
먼저 도착한 어선 수십 척이 물고기를 하역하고 있었다.
두 팔 걷고 위판장까지 물고기 옮기는 일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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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끝나자 관광객인 듯 보이는 부부가 필자 옆으로 오더니 질문을 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 손가락이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데 보이느냐는 물음이었다. 중도매인들이 사용하는 수지법이라는 경매 신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줬다. 수지법을 알아도 훈련된 경매사가 아니면 수많은 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을 덧붙이고, 필자는 선장의 집으로 향했다. 몇 마리 남겨둔 생선을 안주 삼아 술 한잔 마시자는 선장의 제의에 신이 나 따라간 것이다. 선장은 관광객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 듯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경매를 하는지 물었다.
수산물 경매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중도매인들이 서로 경쟁하며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경매사는 그들이 제시한 가격을 공표하면서 진행하는 동시호가식 경매다. 이 외에 영국식 경매가 있다. 낮은 가격부터 시작해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을 받는 오름 경매 방식이다. 반대로 네덜란드식 경매는 높은 가격부터 시작해 가격을 점점 낮추면서 가장 먼저 응찰한 사람을 구매자로 결정하는 내림 경매 방식이다. 대화가 무르익자 선장은 과거의 수산물 유통 방식까지 궁금해했다.
현대적인 유통망이 확립되기 전에는 바다 위에서 파시(波市)라는 생선시장이 열렸다. 어선이 물고기를 잡으면 주변에서 기다리던 상선이 구입해 판매지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파시를 통해서 조기, 고등어, 삼치, 청어, 멸치 등 주요 어획물이 전국으로 유통됐다. 1960년대까지도 주요 포구나 섬이 있는 바다에서 파시가 열렸다. 연평도, 위도, 흑산도는 조기 파시가 성행했고, 민어 파시는 덕적도, 신도, 임자도에 있었다. 고등어 파시로는 욕지도, 거문도, 청산도를 꼽을 수 있고, 멸치 파시는 추자도와 부산 대변이 유명했다. 울릉도와 영덕은 오징어 파시, 고흥 나로도에는 삼치 파시가 있었다.
파시에 관한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등에 나타나는 걸로 봐서 그 연원은 최소한 조선 초기까지 올라간다. 물고기를 잡으면 상선에서 매입해 객주에게 넘겼다. 각지에 퍼져 있던 객주는 해산물을 어물전으로 보냈다. 어물전에 모인 해산물은 중간상인, 소매상, 행상 등을 통해서 전국으로 유통됐다. 파시와 객주, 어물전의 역할을 지금 전국에 산재한 위판장이 대신하고 있다.
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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