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135] 돌아가는 삼각지에서
삼각지 지나노라면 새삼 궁금해진다. 하필 교차로에서 앞차 꼬리를 물어댈까. 이태원→원효로, 차가 밀리건만 무작정 달라붙는다. 신호가 바뀌어 서울역 방면에서 직진하는 차들은 그 꼬리 피해 중앙선 쪽으로 슬쩍 돌아 사거리를 빠져나간다. 그래서 ‘돌아가는 삼각지’던가. 없어야 할 꼬리 물기, 비단 여기뿐이랴.
‘미역은 물속에서 항상 깨끗하다. 미끈거리는 표면 탓에 오염 물질이 묻지 않아서다.’ ‘-(아/어)서’는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 말 그대로 다른 말과 이어줘야 하므로 ‘오염 물질이 묻지 않아서 그렇다’처럼 써야 한다. 한데 연결어미 뒤에 올 수 없는 종결어미 ‘-다’가 다짜고짜 붙어 문장을 미완성으로 끝냈다. 어법의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관련 경력이 없는 정치인이 장관으로 내려오는 건 이례적이라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소각 시설이 전국 14곳에 불과해서다.’ 흔히 어떤 까닭을 표현하며 종결어미 ‘-다’를 붙이는데, 이럴 땐 ‘이례적이기/불과하기 때문이다’ 해야 문장이 성립한다.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상황이 아니어도 ‘-다’는 덥석 꼬리를 문다.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직원에게 위협적 행동을 한 혐의와 관련해서다.’ ‘관련해서다’의 ‘-아서’는 어떤 일의 배경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이 대목은 ‘혐의와 관련한 것이다’로 고칠 수 있다. ‘그의 말이 생각난 것은 (중략) 열정 넘치는 주인공 조 가드너를 보면서다.’ ‘-면서’는 둘 이상의 일이 아울러 일어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 볼 때였다’로 써야겠다.
그나저나, 분명 사거리인데 왜 삼각지라 할까? 예전 사진 뒤져 보니 정말 삼거리였다. 배호(裵湖)가 부른 ‘돌아가는 삼각지’는 1967년에 지은 입체 회전 교차로를 뜻했을까? 2절까지 들어보면 안다. ‘눈물 젖어 불러보는 외로운 사나이가 남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실제로 노래 짓고 나서 생긴 로터리다. 삼각지에서는 궁금증도 꼬리를 무는구나. /글지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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