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서울 옛길1
[경향신문]
박종우와 이한구 사진가는 작년에 서울 옛길 프로젝트 공동 작업을 했다. 이들은 옛 지도를 통해 서울의 옛길이 10개로 나뉘어 있고 그 길이 천(川)을 따라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옥류동천길, 삼청동천길, 안국동천길, 제생동천길, 북영천길, 흥덕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 남산동천길, 정릉동천길. 개천의 물결은 모두 청계천으로 모여들었다. 시원하고 도도하게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과 북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의 걸출한 산세에 도심 중앙을 뚫고 흐르는 청계천(淸溪川)은 훌륭한 포석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서울시내 도시계획 정비사업으로 열 개의 길은 모습이 바뀌고 개천은 지하로 묻히고 말았다. 그 후 아스팔트 도로와 빌딩이 도시 전체를 뒤덮으면서 개천과 함께 흐르던 옛길의 존재는 생활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늘을 사는 서울시민들은 얼마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박종우 작가의 이 사진은 명륜동 성균관대 뒷산에서 대학로를 지나 청계천으로 합류하던 흥덕동천 물길이 창덕궁 내부를 거쳐 밖으로 빠져 나가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600년 고도의 정취가 은밀하고 낮게 속살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을 준다. 정갈하고 단아한 화강암 교각 사이를 어루만지며 흐르는 물길의 모습에서 우리의 옛날이 살아서 숨 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숨은 멋과 혼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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