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한·일터널, 공존·공영 가치로 접근해야

남상훈 2021. 2. 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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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공동체 위한 '연결' 구상
정치권 당리당략에 이용 안돼

미국, 유럽, 아시아대륙의 3개 축 중에서 한국이 그 중심국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동북아를 구성하는 국가 간에 지리적 근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가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공동체 및 경제 협력체의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섬나라인 일본이 대륙을 잇는 육상 교통망 구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한·일 해저터널(이하, 한·일 터널) 건설은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검토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물류 거점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기간교통망의 구축이 급선무이다. 지정학적 여건에서 볼 때, 일본을 제외한 인접국들은 육상 교통망으로 연결될 수 있으나, 일본의 육상교통 단절문제는 동북아 경제통합에서 큰 장애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경제통합 효과를 극대화하고 나아가 동북아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국가 간의 지리적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신장철 숭실대 교수·일어일문학
특히, 한·일 터널 건설이슈는 언젠가는 실현될 한반도의 통일 담론(談論)을 비롯하여 유엔의 아시아 하이웨이 구상, 단절된 한반도 종단철도인 TKR의 조기 복구, 한·중·일 FTA 체결과 동북아 공동체 논의 등과 맞물려 화급하게 추진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은 자국의 국가이익과 경제적 이해타산에 집착하는 편협한 자세에서 과감히 벗어나, 인류의 평화와 공존공영 체제를 구현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야당 지도자가 이해당사 지역인 부산에서 한·일 터널 건설의 당위성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한·일 터널 이슈가 모처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일 터널 논의가 정치적 이념, 경제적 득실관계,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 기업의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일 터널 논의 자체가 기존의 정치적 구호에 그치고, 민심이반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국가 간의 초대형 토목·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국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구성국의 특수한 역사적 관계와 이념의 차이, 경제적 발전단계와 경제규모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한국은 물론 일본도 경제적으로 극히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양국은 국가 간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뿌리 깊은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신뢰회복을 통해 밀접한 국가 간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투자수익이 높은 국책사업을 통해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를 부양시켜 실업난 해소에 기여하고, 전후방의 산업연관효과 등을 발생시켜 불황국면의 양국경제를 회복시키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건설구간이 200∼240㎞로,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공해 상의 거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총공사비의 70%는 일본이, 30%는 한국이 분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공사의 특성상 10분의 1 정도로 분할투자가 이뤄지는 효과도 있는 등 재정적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에 의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국가 개입 없이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건설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등 기술적으로는 물론 자금조달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

한·일 터널 건설이 논의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동북아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와 함께 과감한 결단과 정치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한·일 터널 건설논의는 한반도의 평화통일, 세계평화와 번영, 그리고 인류 문명의 발전 등 보편적 가치관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으로, 결코 한 국가의 정치, 경제적 이해득실과 특정 정당과 정치인의 당리당략 등에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장철 숭실대 교수·일어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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