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쓰기 비법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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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작법에 관한 어느 소설가의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글을 잘 쓰는 기술은 기묘할 정도로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이다." 그러면서 문예창작이 학문이 아니라 기예의 영역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글을 잘 쓰는 기술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글을 잘 쓰는, 속 시원한 기술이나 방법은 개발되지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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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글을 잘 쓰는, 속 시원한 기술이나 방법은 개발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 인간의 생각과 판단에 미치는 요인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다고 하자.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나 그 결과에 대해 아직 과학이 뚜렷하게 해명을 하지 못한다. 글에 담긴 생각이나 주제도 각 개인의 지식이나 환경에 따라 수없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문장이 생각에 좌우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연습을 통해 좋은 문장을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문법 규칙에 맞게 쓰는 것은 문장 학습을 통해 익힐 수 있다. 그렇지만 문장이 짧고 긴 것, 어휘의 선택, 단문이나 복문 등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관된 규칙을 찾기가 어렵다. 개인의 개성적인 문장을 가리키는 ‘문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유명한 인지과학자 헤이즈는 글쓰기를 분석하여 “매우 위계적이고 구성적인 조직”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쓰기 단계를 나누어 조직적으로 설명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통용할 만한 비법은 되지 못했다. 코끼리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팔과 다리, 몸통만 따로 떼어내 설명한 셈이 되었다. 최근 뇌 연구에서는 인간의 언어활동이 머릿속 인지기능만으로 되지 않고 감각과 운동, 환경과의 종합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상호작용을 다 규명할 수 없고 개인차도 존재하기 때문에 공통된 규칙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학술논문이 많아도 글 잘 쓰는 비법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이 더 발전할 때까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옛 금언을 글쓰기의 최고 비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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