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퍼지는 19일간.. 정부는 검사 손놓고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집단 발생과 관련, “이런 일이 발생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4일 밝혔다. 전날 경남·전남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집단감염 확진자 38명 중 4명이 해외를 다녀오지 않았는데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에 걸린 나머지 34명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4차 대유행’ 가능성도 공식 언급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3~4월 유행이 다시 한번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전문가·방역 당국 모두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책으로는 “병상 확보를 가장 큰 축으로 둔다”고 했다. 3차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가올 4차 유행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1.7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 당국도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와 속도감 있게 (전파) 범위를 넓히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이날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 확산에 대해 “자가 격리 수칙 위반으로 인한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해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외국인 친척 집단감염 첫 확진자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입국한 시리아인 A씨인데, 그가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하던 도중 가족과 친척에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확인된 영국·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총 39명이다. 이들이 지역에서 접촉한 사람들에게서도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돼 국내에서 퍼지고 있는 상황은 정부의 무신경과 늑장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이 바이러스 집단감염은 작년 12월 25일 UAE에서 입국한 A씨가 지난달 7일 자가 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며 시작됐다. A씨 확진 후 일주일간 A씨 가족·친척 등 25명이 추가 확진됐고, 29일까지 코로나 확진자 규모는 38명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하지만 확진자 38명 중 4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이달 1일에야 나왔다. 변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보이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주가 지난 뒤다.
정부는 지난달 7일 A씨가 확진되자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했으나 “검체량이 부족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튿날 4명이 추가 확진되고 1월 13일엔 6명, 14일 12명, 15일 4명 등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이들에 대한 변이 바이러스 검사는 하지 않았다. 해외에서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번지고 국내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경고가 잇따랐지만 변이 바이러스 검사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지난달 8일부터 26일까지 A씨의 외국인 친척 등 모두 36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19일 동안 계속 이어졌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27일에야 이들에 대한 유전체 분석에 착수했다. 뒤늦게 유전체 분석에 나선 것은 지난달 27일 UAE에서 입국한 양산 거주 시리아인 B씨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확진자가 A씨와 친척 관계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달 13일 UAE에서 온 양산 거주 시리아인 5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는데, 이 중 한 명에게서 영국발 변이바이러스가 감염됐다는 통보를 지난달 27일 방역 당국으로부터 받았다”며 “이후 A씨 가족·친척 등 국내 거주하던 외국인 집단감염 확진자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했던 것”이라고 했다.
방역 당국은 A씨 친척 등에 대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 조사를 19일간 하지 않다 뒤늦게 실시한 이유에 대해 “지역사회에 대한 감시 강화 차원”이라고만 했다. 방역 당국이 경남 집단감염 현장을 찾은 것도 지난달 7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 가까이 흐른 지난 2일이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이번 집단감염 사례만 봐도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해외 입국 차단 등의 대책은 시기를 놓친 만큼 해외 입국자에 대한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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