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마음 다독여준 생활지원사가 고마워"..손수 뜬 수세미 들고 주민센터 찾은 할머니
[경향신문]
잡념 사라지고 우울감도 풀려
이웃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같은 독거노인에 ‘뜨개질 강좌
서울 성북구 정릉2동 주민센터에 지난 3일 전연화 할머니(82)가 손수 뜬 수세미 125개를 들고 찾아왔다. 전 할머니는 “나를 걱정해주는 주민센터 선생님들을 생각하면서 1시간에 2개씩 떴다”고 했다. “이웃들에게 나눠주면 좋겠다”는 할머니 뜻에 따라 이날 주민센터에서 소박하게 ‘희망 수세미 기증식’도 열렸다. 행사 끝에 전 할머니는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전 할머니가 수세미 나눔을 생각한 건 최근 마음을 다독여준 생활지원사 등 주변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기 위해서였다. 혼자 생활하는 전 할머니는 최근 인천에 살고 있는 딸 고화숙씨(53)에게 부쩍 우울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고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지난달 9일 이승로 성북구청장 페이스북에 ‘독거노인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이 있는지’ 문의했다. 고씨는 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코로나19로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셨다. 심리상담도 알아봤는데 비대면이라 어머님이 하기엔 어려워 보였다”며 “구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조금만 더 살펴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이후 지난달 11일 간부회의나 복지 관련 회의 때 “등록된 복지 대상자 외에 사각지대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안부도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정릉2동 주민센터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로 생활지원사를 통해 전 할머니와 상담을 진행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전 할머니와 같은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는 보통 생활지원사가 주 2회 안부전화, 주 1회 방문을 한다.
표진옥 생활지원사는 “따님의 지원 요청 이후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상담을 진행해보니 우울감이 ‘우려’ 수준으로 매우 높았다. 이후엔 방문도 주 2회로 늘리고 수시로 안부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전 할머니는 표 생활지원사의 도움에 평소 취미이기도 한 뜨개질로 감사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딸 고씨가 권유해 시작했는데, 전 할머니의 손은 어느 때보다 바빠졌다. 하루에 2개씩 뜨다가 속도가 붙어 많게는 하루 10개까지도 만들었다고 한다. 딸 고씨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셔서”라고 했고, 전 할머니는 “잡념이 많아 밤잠을 못 잤는데 잡념이 없어지고 이거 받고 좋아할 사람들이 있어 기분이 좋아서 뜨개질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지난 20여일 수세미를 뜨는 동안 전 할머니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고 고씨는 전했다.
정릉2동 주민센터는 전 할머니의 수세미를 ‘희망 수세미’로 부르기로 했다. 윤찬구 정릉2동 동장은 “ ‘노노케어’ 프로그램으로 ‘전연화 희망 수세미 강좌’를 만들어 독거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에 수세미를 기부한 후 고씨가 “이제 엄마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자, 전 할머니는 “내가 뭘 가르쳐…. (이렇게 환대해줘서) 감사하지”라고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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