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까지 합의 촉구..LG·SK '배터리 소송전' 극적 타결될까
양측 합의금 이견으로 소송 장기화..'영업비밀 침해'가 핵심 쟁점
[경향신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전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가 국내외에서 벌이는 10여건의 소송 중에서도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ITC의 최종 선고가 오는 1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가운데, 양측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지난해 10월 결론이 나올 예정이던 해당 소송은 세 차례 연기된 끝에 선고일이 10일로 결정된 상황이다.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하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였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소송’에서 ITC가 두 차례 연기 이후 지난해 12월 최종 선고를 내린 것처럼 이번에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여기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공개석상에서 “정말 부끄럽다.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합의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양사 모두 합의에 대한 압박감이 고조돼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ITC의 결론이 나오는 설연휴 직전까지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지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SK이노베이션이 상장 예정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제시했다는 풍문도 떠돌고 있지만, LG 측은 ‘논의할 만한 제안을 기대한다’고 밝혀 여전히 입장차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합의금 규모다. 그동안 알려지기로는 LG는 수조원대의 보상을 원하는 반면, SK는 ‘조 단위’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이 제시하는 금액의 격차가 약 2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예비판결에서 패소 결정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이긴 하지만, 최종 결론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끝까지 판결을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ITC가 결론을 내린 이후에도 양측의 합의는 필요하다. 불리한 결과를 받은 쪽에서 미국 연방법원에 항소할 수 있는 데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서 진행하는 민사소송에서 배상금 규모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송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상대적 우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도 장기적인 사업 불확실성과 ‘집안싸움’이라는 국내 여론을 감안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 두 그룹의 총수가 직접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양사는 이미 소송과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필요한 정치권 로비 비용 등으로 5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한 상황이다.
어느 한쪽의 ‘통 큰 양보’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