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불법 공매도 실시간 감시"..정부 "불가능한 시스템"

임아영 기자 2021. 2. 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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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대비 과도한 비용..금융위 "사전 차단 시스템 갖춘 국가 없어"
개인들 " 'T+2 결제' 탓 무차입 공매도 가능"..선진국 대부분 채택
주요국들 적발·처벌 강화..한국도 4월6일부터 형사처벌 가능해져

[경향신문]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재개일을 5월3일로 못 박았지만,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 사전 차단 시스템 마련 등 실시간으로 공매도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실적으로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주요국 중에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곳은 없다고 설명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 “공매도 주문 시 결제 가능한 수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불법 공매도를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적발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주문뿐만 아니라 모든 매도 주문에 대해 결제 가능 수량을 체크해야 한다. 지난해 1~3월 일평균 매도주문 건수가 560만건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출 경우 시장 전체에 과도한 비용이 부과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마치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차량에 음주측정기 부착을 의무화할 수 있지만 현실성이 낮은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주문체결 속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잔액 확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집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미국에서는 불법 공매도 감시를 위해 실시간 공매도 포지션 보고 체계 구축을 검토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규제효과 대비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중단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선진국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전화나 e메일로 공매도 주문을 하고, 한국의 전산화가 더 발달돼 있다”며 “실시간 거래 시스템을 만들자는 얘기는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얘기와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거래 체결 2거래일 후 결제 시스템’(T+2일 결제시스템)을 적용하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 홍콩 등 개방된 자본시장을 가진 국가들 대다수가 ‘T+2일 결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 거래에서도 매매 확인, 결제 승인에 하루 이상이 걸리는 데다 시간대가 다른 외국인투자자들이 결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하루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T+2일 결제시스템’을 악용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고 당일 바로 매수하는 방식의 불법 공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돼왔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적발하기 위한 기법을 개발해 3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정보도 전산시스템을 통해 5년간 보관토록 의무화된다.

주요국들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만들어왔다. 미국은 500만달러(약 55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한다. 국내에서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오는 4월6일부터 불법 공매도를 하면 주문금액 범위 내 과징금, 1년 이상의 징역 등 형사처벌 부과가 가능해졌다. 금융위는 이날 시장조성자인 증권사 4곳의 무차입 공매도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다음달 중 마무리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주문금액이 100억원이라면 손실이 나도 1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고 부당이득의 3~5배 이하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 일본, 독일 등 징역 없이 금전적 제재만 부과하는 국가들도 있어 이에 비해 처벌이 강화됐다는 의견도 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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