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고스란히..미·러, 핵무기감축협정 연장

이윤정 기자 2021. 2.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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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신무기 제재 등 포함 안 돼
핵보유 3위 중국 유인책 없어

[경향신문]

미국과 러시아가 3일(현지시간) 양국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5년 연장했다. 하지만 연장 조약에 러시아 신무기 억제 등은 포함되지 않았고, 세계 3위 핵보유국인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뉴스타트는 2010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핵통제 조약이다.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은 700기 이하로 각각 줄이는 것이 골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핵군축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지킨 것이자 미국과 동맹,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타트만으로는 핵억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서명 이후 음속보다 9배나 빠른 미사일 ‘치르콘’, 대륙 간 수중 드론 ‘포세이돈’,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아반가르드’ 등 핵전략을 강화하는 신기술을 대거 개발해왔다. 뉴스타트는 양국 간 유일한 핵억제 조약이지만 신무기를 제재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을 핵억제 논의 테이블에 참여시키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중국이 320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 국제평가전략센터는 1000개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전 정부는 뉴스타트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뉴스타트 협상 테이블에 일부러 중국 대표 자리를 만들고 “참석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트럼프식 전술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중국을 핵억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려는 전략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군사전문가 바실리 카신은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선 러시아가 일단 뉴스타트 협정을 맺은 만큼 러시아 정부는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일간 도이체벨레의 모스크바 특파원 에밀리 셔윈도 “핵억제 압박은 러·중관계를 망칠 뿐”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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