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유로 내라" 지구 위한 큰 판결
"기후변화 외면..시민 피해"
상징적 의미로 1유로 청구
법원, 정부 배상 책임 인정
[경향신문]
매년 상승하는 기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시민들에게 배상해야 할까. 프랑스 법원이 3일(현지시간)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환경단체들은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하며 “세계 시민들이 각 정부에 책임을 묻고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AFP는 이날 “파리행정법원이 그린피스 프랑스, 옥스팜 프랑스 등 4개 환경단체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청구된 1유로(약 1300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환경단체들은 프랑스 정부가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2019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파리기후협약은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한 국제협약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게을리하고, 각 건물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일도 하지 않았으며 탄소 예산은 이미 초과 상태”라며 “이로 인해 프랑스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세기의 소송’이라 불렸고, 23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참했다.
파리행정법원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피해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관련 추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두 달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의 항소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상징적인 의미로 1유로를 청구했지만, 이번 판결의 가치는 크다. 그린피스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줄리아드 이사는 “이것은 기후정의의 역사적 승리”라고 말했다. 줄리아드 이사는 “이번 판결은 과학자들의 주장과 프랑스 공공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고려한 것”이라며 “전 세계 시민들이 법정에서 정부에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기폭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고 단체 중 한 곳인 ‘모두를 위한 일’의 세실리아 리나우도 국장도 “기후위기의 파괴적인 영향에 직면한 모든 사람들의 승리”라며 “프랑스의 기후문제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고 불법의 차원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며 “국가의 무대응을 인식하는 것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실행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청소년과 농부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는 소송에서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해왔고, 전 지구적 문제인 지구온난화로 인한 배상 책임을 한 정부가 지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2025년까지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5%씩 감축해야 하지만, 2018년과 2019년엔 0.9% 감소에 그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헌법 제1조 1항에 “공화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는 문구를 넣는 개헌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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